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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81년 고집 꺾은 재규어랜드로버 “전기차 곧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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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고스 재규어랜드로버 판매총괄 사장은 “레인지로버 이보크가 한국에서 ‘강남 쏘나타’라 불리는 흥미로운 현상에 대해 본사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재규어랜드로버가 그간 고집해 온 내연기관 위주 개발 전략을 수정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 8일 방한한 재규어랜드로버 그룹의 ‘2인자’ 앤디 고스(58) 판매총괄 사장의 입을 통해서다. 그는 이날 서울 중구 센터원빌딩 재규어랜드로버코리아 회의실에서 한 본지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재규어·랜드로버 브랜드 차량 전반에 걸쳐 전기차 모델을 선보일 계획이다. 올 가을 ‘포뮬러E’(전기차 모터스포츠 대회)에 출전하는 건 전기차를 담금질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J가 만난 사람] 앤디 고스 판매총괄 사장 인터뷰
내연기관 위주 전략 수정 선언
기술 80%+영국식 감성 20% 섞어
한국 판매량도 3년 새 3배 성장
“모기업 인도 타타, 경영 간섭 없다”

재규어랜드로버가 전기차 출시 계획을 언론에 공개한 건 처음이다. 재규어랜드로버는 그동안 디젤·가솔린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로 출시해왔다. 하이브리드차도 극히 드물었고 전기차는 한 대도 없었다. 내연기관을 바탕으로 한 산업혁명의 종주국인 영국서 출발한 브랜드여서인지 친환경차 개발에 유독 소극적이란 평가를 받았다. 일부 외신이 재규어 전기차의 2017년 출시 계획을 보도했지만 이를 시인한 적은 없다.

그는 “2년 전만 해도 전기차·하이브리드차가 자동차 업계 트렌드란 것은 알았지만 기술력에서 감당 못하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1935년 창립한 재규어 81년 역사상 최초의 전기차 출시가 임박했다”고 말했다. 다만 구체적인 전기차 출시 시기에 대해선 “곧(soon)”이라며 말을 아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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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는 메르세데스-벤츠나 BMW·아우디, 렉서스 같은 고급차와 경쟁하는 브랜드다. 그는 재규어랜드로버 만의 가치로 ‘영국 장인정신’(British craftmanship)을 꼽았다.

“신차를 개발할 때 노력의 80%를 완벽한 기계를 만드는 데 쏟지만 나머지 20%는 차의 디자인이나 촉감·냄새 같은 세심한 부분에서 영국식 감성을 녹이는 데 쓴다. 영국 특유의 장인정신은 거기서 묻어난다.”

껄끄러운 질문도 던져봤다.

벤츠·BMW와 경쟁한다지만 ‘괴짜’(geek)가 타는 차라는 시각도 있다.
“우리 고객이 벤츠·BMW 고객과 다른 것은 분명하다.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 싶은, ‘따라쟁이’가 아닌 고객이란 점을 강조하는 측면에서 괴짜라고 부른다면 좋다. 과거보다 젊은 층이 많이 타길 바라고 있다.”
자율주행차 개발에 소극적이란 지적도 있다.
“우리는 보수적인 브랜드다. 기술력은 갖고 있지만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하는데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안전, 또 안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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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규어랜드로버는 2012년 국내 판매량 3113대의 3배가 넘는 9975대를 지난해 한국서 판매했다. 폭풍성장한 수입차 시장을 상징하는 브랜드란 평가가 나온다. 특히 소형 SUV인 레인지로버 ‘이보크’는 ‘렉서스 ES’→‘BMW520d’→‘포르셰 카이엔’의 계보를 잇는 ‘강남 쏘나타’로 인기를 끌었다. 그는 이런 현상에 대해 “의도한 마케팅은 아니다”고 말했다.

“랜드로버·레인지로버는 역사적으로 남성이 좋아하는 브랜드다. 한국은 여러 측면에서 아시아를 선도하는 시장인데 남녀가 차를 선호하는 부분에서 맞닿아 가는 독특한 트렌드를 본사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최근 출시한 재규어 브랜드 최초의 SUV ‘F-페이스’에 대해선 “경쟁차인 포르셰 마칸, BMW X4 같은 차보다 도심 주행성능을 강조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한국 소비자들은 스마트폰에서 쓰던 기능을 차에서도 ‘심리스’하게(seamless·끊기지 않게) 쓰길 원한다. 내비게이션 기능을 중시하는 한국 소비자 취향을 반영해 수입차 업계 최초로 T맵 애플리케이션을 기본 탑재했다”고 말했다.

재규어랜드로버는 2002년 인도 타타 자동차에 인수됐다. 그는 대주주인 타타모터스에 대해 “인수엔 공격적으로 뛰어들었지만 인수한 뒤론 영국 경영진에게 자율을 많이 줬다”며 “관심은 갖되, 간섭은 하지 않는 ‘판타스틱 오너(fantastic owner)’”라고 설명했다.

영국에 생산공장을 둔 만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의 직격탄을 맞을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엔 “‘침착하게, 하던 대로 하면 된다’는 기조를 갖고 있다. 관세 문제는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영국 정치인들이 최적의 방안을 찾고 있어 위협이라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앤디 고스=영국 맨체스터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시트로엥·닛산·도요타에서 판매를 맡았다. 포르셰 영국법인 최고경영자(CEO)를 역임한 뒤 2011년 재규어랜드로버 북미지역 총괄 사장으로 영입됐다. 이때의 실적을 인정받아 2013년 그룹 총괄 사장에 임명됐다. 8명의 이사회 멤버중 하나로 그룹 내 ‘2인자’로 꼽힌다. 즐겨 타는 차는 레인지로버.

김기환 기자 kh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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