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결혼식 아직도 많다 | 심한경우 35평아파트·승용차가 혼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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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고위공직자 자녀의 호화결혼식이 물의를 빚고 있는 가운데 호화예식·호화피로연·호화혼수의 호화결혼식이 당국의 눈을피해 여전히 성행한다.
일부 부유층등 사회 상류층을 중심으로 번지고 있는 호화결혼식의 폐습은 가정의례에 관한 법률과 준칙을 어겨 금지된 호텔결혼예식을「가족모임」이란 변태적 방법으로 거행하는가 하면 시어머니에게는 7백만원짜리 밍크코트예물, 가구는 최고 3천만원짜리 인간문화재의 「작품」으로 준비하고 아파트·승용차·주말농장까지 지참하는 돈자랑 놀음으로 발전해 당국의단속·지도를 무색케 하고있다.
◇호텔예식=일요일인 23일하오1시 서울A호텔 2층 연회장에서는 재미실업가 강모씨(58)의 아들과 문모씨(58·사업)의 딸이 2백여명의 하객이 참가한 가운데 결혼식을 올렸다. 이들은 외부의 눈을 피해 식장입구에 「강××씨, 문○○양 가족모임」 이란 안내문을 붙였으며 식이 끝나자 그자리서 호텔측에 미리 준비시켜놓은 양식뷔페(1인당 1만5천원)를 내다 손님들을 접대했다.
이같은 변태예식은 시중 호텔에서 수시로 열리고 있으며 호텔들은 고객유치를 위해 적극적인 판촉활동도 벌이고있다.
서울P호텔은 피로연을 유치하기 위해 대형버스를 동원, 결혼식장에서 하객들을 실어오는 서비스를 지난해부터 하고있다.
뷔페는 1인당 9천6백원에서 3만5천원까지로 주로1만8천원 코스에 이용자가 많다.
◇호화결혼식=22일 하오1시 P예식장에서 있은 전직장성 최모씨의 아들과 전직국회의원 박모씨의 손녀와의 결혼식에는 국회의원과 대학총장등이 보낸 대형화환 7개(의례준칙허용 2개)가 식장입구에 진열돼 있었다.
또 축의금을 내려는 하객 20여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
이같은 호화예식은 일반예식장보다 서울강북의 S회관, 강남의 K회관, 전시관등에서 성행되고 있으며 호화피로연을 조건으로 장소를 빌려주고 있다.
◇호화혼수=지난 16일 모의류제품회사 사장의 외동딸과 결혼한 임모씨(31)의 경우 결혼예물로 받은 것은 1캐러트짜리 다이어반지(싯가5백만원)와 로얄살롱 승용차와 아파트한채.
장인 최모씨(52)는 결혼식이 끝나자 임씨를 예물로 마련한 승용차에 태워 서초동에 있는 35평짜리 아파트까지 데려다준뒤 아파트와 승용차의 열쇠를 넘겨줬다.
최근 일부부유층사이에서는 가정에서 딸을 시집보낼때 시어머니 몫으로 밍크코트(7백만원)와 다이어·비취·루비·오팔등 보석으로 된 싯가3백만∼5백만원짜리 패물세트를 보내기도한다.
여기에 중국자수가 놓인 20만∼2백만원짜리 한복을 사철에 맞춰 마련해야하며 시누이와 동서들 몫으로 각각 한복감과 양장감을 공전값50만원이 든 봉투와 함께 보낸다는 것.
가구는 인간문화재가 만든 자개장·문갑·탁자등을 준비하는 경우도 있다.
종로2가 「인간문화재 상설전시장」에는 인간문화재 김봉용씨가 만든 3천만원짜리 자개장부터 김동학씨의 3백30만원짜리 용목 옻칠애기장까지 다양하게 전시돼 있으며 『하루2∼3명꼴로 혼수감을 장만해 간다』고 관장 허인관씨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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