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어린이집 교사가 깜박한 아이 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두 살배기 아이가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치원생이 폭염 속 통학버스에 8시간 방치된 사고가 일어나 교육당국이 대책을 발표한 지 8일 만이다.

셔틀버스 내려 혼자있던 두 살배기
주차하려 후진하던 차에 치여 사망
교사 3~4명 있었지만 못 챙겨
‘찜통 버스’ 방치 12일 만에 또 사고

10일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10분쯤 여수시 미평동 모 어린이집 주차장에서 후진 중인 통학용 스타렉스 승합차에 원생 박모(2)군이 치였다. 이 사고로 머리 등을 크게 다친 박군은 119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고 모습은 어린이집 폐쇄회로TV(CCTV)에 그대로 녹화됐다.

사고 당시 통학용 승합차 운전은 어린이집 원장 송모(56·여)씨가 했다. 송씨는 박군 등 자신이 승합차에 태워온 아이들이 내린 뒤 모두 어린이집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하고 차를 다시 운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승합차가 도착하자 차에 타고 있던 인솔교사와 마중을 나온 동료 교사 3~4명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갔다. 하지만 박군은 혼자 승합차 뒤쪽에 서 있다가 변을 당했다.

원장 송씨는 경찰에서 “인솔교사들이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이 안전하게 모두 어린이집으로 들어간 것으로 생각하고 차에서 내리지 않고 주차를 위해 후진 중 ‘쿵’ 소리와 함께 사고가 났다”고 말했다.

경찰은 송씨를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인솔교사들의 과실 혐의도 조사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달 말에도 아동시설 종사자들의 부주의로 황당한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9일 오전 9시10분쯤 광주광역시 광산구의 한 유치원에 도착한 통학버스에 최모(4)군이 8시간 동안 방치됐다. 낮 최고기온 35도의 무더위 속에 차에 갇혔다 발견된 최군은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아직도 의식 불명 상태다. 경찰 조사 결과 이 사고 때도 운전기사와 인솔교사는 최군이 차에서 내리지 않은 사실을 확인하지 않고 주차한 것으로 드러났다.

교육부는 해당 사고를 계기로 지난 2일 전국 17개 시·도교육청 안전 담당자와 유아교육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재발 방지 대책을 논의했다. 통학차량 관련자인 아동시설 운영자와 운전자 등에 대한 안전교육을 강화하고 통학차량 관련 의무 위반으로 사고가 나면 교육기관 폐쇄 등 강력한 조치를 하기로 했다.

하지만 교육부의 대책에도 교육 종사자들의 부주의에 따른 사고가 또 일어났다. 2013년 3월 어린이집 통학차량에 아이가 치여 숨진 사고를 계기로 안전기준을 강화해 만든 ‘세림이법’ 이후에도 후진적인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통학차량 사고는 2013년 220건, 2014년 248건, 2015년 288건 등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유미숙 숙명여대 아동복지학부 교수는 “교육 종사자들의 심각한 안전불감증이 원인”이라며 “정부가 나서서 교육 종사자들의 안전 의식을 대대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수=김호 기자 kim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