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문화행사」경쟁도 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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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큰 백화점들의 세일 경쟁이 전시회·음악회·무용및 연극 공연등 문화행사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쇼핑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이왕 외출한 김에 배우며 즐기기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욕구를 채워주기 위해 제각기 흥미있고 기발한 프로그램 마련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최근 문을 연 백화점들은 처음부터, 기존 백화점들은 건물을 늘려 지으면서 문화행사를 위한 공간을 확보하는 추세다.
지난 2월 3천만원의 장학금을 내걸고 대학생 미술작품 공모전을 열어 호평을 받은 뉴코아백화점의 문화행사장은 약 2백평 규모. 여기서는 고서 시장· UFO기획전·국화전·이슬람문화 전시회 등을 열어 왔는데, 아마추어 개인및 단체들도 알찬 내용의 문화 관계 행사를 마련하며 이를 무료로 대여해서 발표 기회를 갖도록 하고있다.
콜롬비아 화산폭발 사진전·세계 진기 컬렉션·남극탐험전등 외국의 새로운 풍물을 보여주고 유아 보행기 대회등 기발한 행사로 첫 손 꼽히는 곳은 신세계 백화점. 세계 진기 컬렉션에는 10만여 명이 몰릴 정도의 성황을 이뤘다.
옥상에 상설 조각공원을 마련하고 이를 어린이 놀이터로도 개방키로 한 현대백화점은 인형극·무성영화·신파극등의 공연장인예술극장 외에도 미술관과 어학및 주부대상 강습회를 위한 문화교실 등을 운영, 음악회장으로도 쓰이는 음악 분수 라운지등의 문화공간은 NHK와 동경TV등 일본 매스컴의 주목을 받기도 했을 정도다.
크리스탈 백화점은 어린이극장·연극공연·대학생들의 음악회장 등으로 이용하는 공연장과 영화 상영을 위한 소극장· 다목적용 상설무대등을 갖춘 문화센터를 따로 운영한다.
각종 공연 외에도 어학강좌·영화감독론·연극 워크숍·테니스·운전등 모든 프로그램에 할인혜택을 받는 회원만도 이미 2천명을 넘어섰는데 그 대부분이 대학생과 주부.
오는 4월 개점을 앞둔 그랜드 백화점은 무료 개방할 1백20평 규모의 미술전시관및 문화홀외에도 실내수영장·볼링장·사우나탕·롤러 스케이트장등 레저스포츠 시설까지 갖추게 된다.『노인및 어린이를 위한 무료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돈없이 와도 즐길 수 있는 백화점으로 자리잡겠다』 고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는데, 지역주민들의 욕구를 파악하기 위한 설문조사도 실시중.
이같은 문화행사 경쟁에 대해일부에서는 『영리적 측면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겠지만 신인이나 아마추어 개인및 단체에 발표 기회를 주는 것은 일단 바람직한 일이고, 백화점측이 좀더 알맹이 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마련한다면 더욱 좋을 것』 이라는 의견이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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