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관광객, 지갑 도난 신고하려다 12일 동안 구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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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에서 지갑 도난 신고를 하려던 중국인 관광객이 서류를 잘못 작성해 난민 시설에서 열흘 넘게 지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31살 중국인 L은 지난달 말 독일 남서부 하이델베르크에 관광 왔다가 지갑을 도난 당했다. L은 경찰서에 가서 도난 신고를 하려 했지만 독일어·영어를 몰라 경찰서 대신 시청으로 갔다. 시청 공무원은 말이 통하지 않는 L에게 도난 신고서 대신 난민 신청 서류를 건넸다. 이후 L의 여권을 회수하고 그를 하이델베르크에서 354㎞ 떨어진 뒬멘 시의 난민 대기 시설로 보냈다.

현지 매체에 따르면 L은 시설 관계자들에게 중국어로 “이탈리아로 여행을 가야 한다”고 수 차례 설명했지만 알아들을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지문 등록을 하고 의료 검진을 받는 등 난민 신청 절차를 따르며 12일 동안 시설에 머물러야 했다.

다행히 한 적십자 직원이 L의 행색이 다른 난민 신청자들과 다르다는 점을 눈치챘다. 스마트폰의 통역 앱을 통해 "이탈리아로 갈 것이다"는 L의 말을 이해하고는 주변 중식당에서 중국인 통역을 구해와 L이 시설을 빠져 나오는 것도 도왔다. 이 적십자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난민을 대하는 독일 관료주의의 전형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L은 "내가 생각했던 유럽이 아니다"는 말을 남겼다고 한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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