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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지펀드·달러·메자닌’ 큰손처럼 쇼핑하라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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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1호 18면

#1. 강남에서 병원을 운영하는 김모(56) 원장은 올 4월에 3년간 거치식으로 운용했던 주식형 펀드 3개를 모두 환매했다. 중소형 가치주, 삼성그룹주 등에 투자하는 펀드인데 올 들어 누적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는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는 제자리인데 보유한 펀드만 10% 가까이 하락했다”면서 “차라리 정기예금에 넣어두는 게 나을 뻔했다”고 말했다. 환매한 자금 5억원은 라임자산운용의 헤지펀드 ‘새턴’에 투자했다. 김 원장은 “주식시장의 변동성과 상관없이 절대수익을 추구한다는 헤지펀드 콘셉트가 마음에 들었다”며 “실제로도 석 달 새 (연간 환산) 7%대 수익을 올려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2. 국내 벤처캐피탈 A사가 연초 ‘행복이 가득한 집’, ‘마이웨딩’ 등 8개 월간지를 발행하는 디자인하우스에 250억원을 투자했다. 펀드출자자(LP)로 강남 일대 자산가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디자인하우스의 이영혜 대표가 보유한 지분 약 30%를 250억원에 매입해 2대 주주가 됐고 경영 성과에 따른 배당을 받는다. 그동안 연기금·공제회 등 기관투자가 영역이었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 시장에 큰손들의 자금이 몰리고 있다. AJ캐피탈파트너스도 상반기에 기관투자가와 고액자산가의 자금을 모아 온실업체 그린플러스에 투자했다.


강남 자산가들이 주식·채권 등 전통적인 투자자산 대신 헤지펀드·경영참여형 사모펀드 같은 대체투자에 눈을 돌리고 있다. 강남권 은행· 증권사에서 VIP고객의 자산을 관리하는 프라이빗뱅커(PB) 5인의 분석이다. PB 5인은 “자산가들이 1%대 저금리와 박스권 증시 탓에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며 “연 5% 이상의 수익을 낼 수 있는 투자처라면 기존보다 위험이 크더라도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호 하나금융투자 청담금융센터 PB부장은 “코스피 지수가 2011년 이후 5년 넘게 박스권(1800~2050)에 갇혀 있자 증시에 피로감을 느끼고 투자 비중을 줄이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자산가는 한국형 헤지펀드(투자형 사모펀드)에 관심이 많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주식·채권·파생상품 등 다양한 자산에 투자해 국내외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연 5~7% 꾸준한 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이다. 사모펀드에 속해 49인 이하 소수 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다. 2011년 말 금융당국이 국내 금융환경에 맞춰 규제를 완화해 도입하면서 ‘한국형’ 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다. 최철식 미래에셋증권 WM강남파이낸스센터 부장은 “무엇보다 한국형 헤지펀드는 매매차익이 비과세 되는 국내 주식 편입 비중이 높아 (금융소득종합과세) 과표가 적게 잡힌다”며 “한 푼이라도 세금을 줄이려는 자산가에겐 매력적인 투자처”라고 말했다.


올 들어 이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고 있다. 4일 NH투자증권의 자료(7월 말 기준 추정치)에 따르면 전체 헤지펀드 수는 138개로 지난해 말(36개)보다 102개 증가했다. 운용 자산도 5조6126억원으로 같은 기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지난해 10월 25일 사모펀드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진입 문턱이 크게 낮아졌기 때문이다. NH투자증권 최창규 헤지전략 연구위원은 “자기자본금 60억원 이상인 운용사도 금융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가능했던 제도가 등록제로 바뀌었다”며 “자기자본금 20억원 이상, 운용 전문인력 3명 이상, 사무실 등 몇 가지 요건만 갖추면 헤지펀드 운용사를 설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소 가입금액도 5억원에서 1억원(레버리지 200% 이상인 펀드는 3억원 이상)으로 줄고 투자자문사도 헤지펀드 운용사로 전환할 수 있도록 규제가 풀렸다.

수퍼달러 2배로 누릴 달러표시 ELS장외시장에서 실력을 쌓은 ‘선수’ 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지난달 29일 기준 연간 수익률(NH투자증권 추정치)이 12% 이상인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파인밸류·디에스·타이거자산운용은 올해 투자자문사에서 헤지펀드 운용사로 간판을 바꿨다. 이 중 ‘은둔의 투자 고수’로 불리던 장덕수 회장이 이끄는 디에스자산운용이 눈에 띈다. 올 2월 초에 설정된 ‘디에스 수(秀) 펀드’엔 약 5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같은 기간 수익률은 12.6%로 138개 헤지펀드 중 2위다. 디에스자산운용 관계자는 “펀드 출시 이후 운용자산의 70%를 태양광·화학업종 등 실적이 많이 개선된 산업을 선별해 집중 투자한 전략이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PB들은 여름 이후에도 대체 투자가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외 투자 변동성이 여전히 높아서다. 조재영 NH투자증권 강남PB센터 부장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기본이고 브렉시트(Brexit·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파장, 유가 하락 가능성 등 각종 변수가 혼재돼 금융시장 불확실성만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가장 큰 변수로 꼽는 것은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다. 연초만 해도 2~3차례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경제지표 부진, 브렉시트 등으로 인상 시기가 늦춰지고 있다. 강지현 하나은행 도곡PB센터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적어도 연말께 한 번은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며 “작년 말보다 충격은 덜하겠지만 투자환경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 부장 역시 “투자자가 하반기 글로벌 금융시장에 대응할 때 먼저 챙겨야 할 이슈”라고 말했다.


PB 4인이 공통으로 제시한 하반기 투자전략은 ‘미 달러 분할 매수’다. 금리 인상이 장기간 수퍼달러(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봤다. 이달 1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당 원화값이 종가기준으로 1100원대까지 상승했다. 지난해 6월 24일(1108.40원)이후 13개월 만에 처음이다. 현재(4일 기준) 달러당 원화값도 1114원으로 연중 최고치에 근접해 있다. 강 센터장은 “지금처럼 달러가 약세일 때가 투자 기회”라며 “금리 인상을 앞두고 달러당 원화 가치가 1200원까지 떨어질 수 있으므로 1100원대에 달러를 사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달러 가격이 오를 것을 대비한 가장 기본적인 투자처는 미국 달러화 예금이다. 달러화 예금은 은행에 원화를 예금하면 그날 환율로 통장에 달러가 찍히는 방식이다. 만기가 되면 원화나 달러로 돌려받는다. 상품은 시중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다. 이자율은 1% 미만으로 낮기 때문에 투자자가 기대할 수 있는 건 환차익이다. 환차익에는 세금도 부과되지 않는다. 또 외화예금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5000만원까지 보호를 받을 수 있다. 달러화 예금보다 높은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라면 달러 표시 주가연계증권(ELS)이나 주가연계펀드(ELF)가 적합하다. 예를 들어 달러로 투자하는 ELS 중에는 스탠더드앤푸어스(S&P)500지수나 유로스톡스50지수 등을 추종하는 상품이 있다. 기초자산의 움직임에 연동되며 일정 수준 이상 하락하지 않으면 약속한 수익률에 환차익을 더한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채권보다 수익 높은 메자닌 펀드PB들은 농산물·메자닌 투자 등 새로운 방식의 대체투자도 하반기 유망투자처로 꼽았다. 조 부장은 “요즘 자산가들은 세계적인 이상 기온 현상이 잦아지면서 농산물 관련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서 “상당수가 농작물 흉작으로 국제 농산물가격이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엘니뇨가 전 세계 곡물생산의 70%를 차지하는 북남미 국가에 홍수를 일으킨 데 이어 올 가을부터 라니냐가 발생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라니냐는 엘니뇨와 반대로 태평양 수온이 평균보다 낮아지는 현상으로 동남아시아와 호주엔 장마가 이어지고, 북미·남미에는 가뭄이 발생한다. 조 부장은 “농작물은 홍수보다 가뭄 피해가 더 크다”며 “실제 곡물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가 라니냐가 발생했던 기간과 일치한다”고 말했다.


곡물 중에서도 중국발 수요가 큰 대두(콩) 가격 오름세가 강하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부셸(약 27㎏)당 대두 가격은 9.9달러(3일 기준)로 연초에 비해 14% 올랐다.


이 부장은 메자닌(mezzanine) 투자를 추천했다. 메자닌은 건물의 층과 층 사이의 라운지를 뜻하는 이탈리아 건축용어다. 쉽게 말하면 ‘중간 투자법’이다. 투자 방식도 주식과 채권의 장점을 겸비한 전환사채(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에 투자한다. 주가가 오를 땐 주식으로 전환해 수익을 챙기고, 주가가 하락할 땐 채권 이자를 받는 방법이다. 대부분의 자산가는 사모펀드나 일임형 랩 방식으로 투자한다. 공모펀드로도 투자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 선보인 ‘LS메자닌 분리과세하이일드’펀드가 대표 상품이다. 최근 1년 수익률은 6.1%이다. 이 부장은 “메자닌 투자는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올리는 동시에 주식보다 투자 위험이 낮기 때문에 중위험·중수익 상품을 원하는 투자자에게 적합하다”고 말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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