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도 성공 거둔 피어밴드…이해창, 과감한 너클볼 사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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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는 따내지 못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프로야구 kt 좌완 라이언 피어밴드(31)가 kt 이적 후 두 번째 등판에서도 호투를 펼쳤다.

피어밴드는 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경기에서 선발 등판했다. 넥센에서 kt로 이적한 뒤 두번째 출격. 피어밴드는 최고 시속 146㎞ 빠른 공과 체인지업, 슬라이더에 너클볼까지 섞어 효과적으로 LG 타자들을 막았다.

2회 정성훈·이형종·유강남의 연속 안타와 임훈의 땅볼로 2점을 내주긴 했지만 임훈을 땅볼로 처리하며 추가실점을 막았다. 3·4회는 주자를 내보낸 뒤 병살타를 이끌어냈고, 6회에도 1사 2·3루에 몰렸지만 오지환을 짧은 우익수 뜬공, 정성훈을 투수 땅볼로 처리해 이닝을 막았다. 6이닝 8피안타·무사사구·2탈삼진·2실점. 팀이 1-2로 뒤진 7회 교체된 피어밴드는 팀이 1-4로 져 패전투수가 됐다. 그러나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하며 kt 선발진에 힘을 보탰다.

피어밴드는 지난해 넥센에서 13승 11패 평균자책점 4.67을 기록했다. 선발 한 자리를 책임지기 충분한 기량이었다. 재계약에 성공한 피어밴드는 올해는 19경기에서 5승 7패 평균자책점 4.64의 성적을 남겼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밴헤켄이 넥센으로 돌아가면서 웨이버 공시됐다. 다행히 피노를 내보내면서 대체선수가 필요해진 kt가 그에게 기회를 줬다. 피어밴드는 마법사 군단에 합류하자마자 호투를 펼쳤다. 첫 등판인 지난달 31일 부산 롯데전에서 8이닝 무실점해 3-2 승리를 이끌었고, 두 번째 등판에서도 6이닝을 책임졌다.

피어밴드가 힘을 낼 수 있었던 건 비장의 무기 너클볼 덕분이다. 피어밴드는 넥센 시절에도 간간이 너클볼을 던졌다. 그러나 경기당 한 두 개 정도였다. kt 벤치는 피어밴드의 너클볼에 주목했다. 지난해 옥스프링(현 롯데 코치)을 통해 너클볼의 효과를 경험한 적이 있는 조범현 kt 감독은 과감히 너클볼 사인을 줬다. 제구가 잘 되지 않아도 타자들의 타이밍을 빼앗는데 충분히 도움이 된다는 판단 때문이었다. 조 감독은 "나도 현역 시절 박철순 선배의 너클볼을 받아 본 적 있다. 알아도 치기 힘든 공이라 대처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수훈선수는 포수 이해창(29)이었다. 이해창은 지난 경기에 이어 이날 경기에서도 한 개의 너클볼도 뒤로 흘리지 않았다. 이해창은 "지난해에는 (옥스프링 등판에 나가지 못해) 너클볼을 받아보지 못했다. 피어밴드 첫 등판 전날 연습 때 받은 게 처음이었고, 경기에서는 롯데전이 처음이었다. 잡기는 힘들지만 뒤로 빠트리지 말자는 생각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경험이 많은 선수라 리드는 내가 했지만 함께 경기를 이끌어간다는 느낌을 받아 운영하기 편했다. 너클볼은 벤치 사인으로 던지기도 했고, 내 사인으로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포수 이해창을 믿은 피어밴드는 이날 롯데전(9개)보다 더 많은 12개의 너클볼을 던졌다.

잠실=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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