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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 150㎞ 스커드, 400㎞ 노동미사일…미군 증원 봉쇄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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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은 올해 총 13차례의 미사일 발사실험을 했다. 스커드·노동·무수단 미사일 등을 13차례에 걸쳐 모두 29발 발사했다.

오키나와·괌 겨냥한 노동·무수단
고도 올리면 부산·김해 공격 가능
일각 “고도 낮아 사드 무용” 주장에
군 “이번 발사로 배치 필요성 입증”

가장 많이 발사실험을 한 것은 미사일로 분류되는 신형 300㎜ 방사포(KN-09)였다. 세 차례에 걸쳐 11발을 쐈다. 다음이 노동미사일과 무수단미사일이었다. 각각 3, 4회에 걸쳐 6발씩 발사실험을 했다. 근래 들어 중거리 미사일 발사에 주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특히 지난 6월 22일 6번의 발사실험 끝에 성공한 무수단미사일에 이어 노동미사일 발사에 집중하고 있다. 단거리 미사일인 스커드미사일과 지대공미사일(KN-06)은 각각 한 차례씩 3발을 발사했고, 장거리 탄도미사일(ICBM, 광명성) 발사실험을 한 차례 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실험의 패턴을 분석해 보니 몇 가지 전략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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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미사일 고도 높이기=북한이 3일 황해남도 은율군에서 쏜 미사일은 최고 고도 400㎞ 안팎으로 비행해 1000㎞ 이상 날아가 일본의 배타적경제수역(EEZ)에 떨어졌다. 노동미사일과 무수단미사일은 최대 사거리가 각각 1300㎞와 3500여㎞ 안팎으로 북한이 각각 일본(오키나와)과 괌의 미군기지를 타격하기 위해 개발한 중거리 미사일이다. 이 가운데 3월 18일에는 800㎞, 지난달엔 600여㎞를 비행했다. 올해 들어 북한이 쏜 노동미사일 6발 중 이날 쏜 미사일은 거의 정상적인 고도와 거리를 보여줬다.

주목되는 것은 북한의 미사일 최고 고도다. 이날 노동미사일은 400㎞를 기록했다. 최근 발사실험을 한 무수단미사일 최고 고도는 1413.6㎞였다. 지난 3월 10일 황해남도 황주에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스커드) 2발은 500㎞를 비행했다. 당시 미사일 고도가 150여㎞였다.

국회 국방위원장 출신인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은 “국방부가 북한 스커드, 노동미사일의 궤적을 추적한 결과를 확인했더니 최고 고도가 130~150㎞였다”고 밝혔다. 군 관계자는 “고고도미사일방어(사드·THAAD) 체계 배치 무용론자들의 주장은 북한 스커드나 노동의 경우 미사일 고도가 낮아 40~150㎞ 사이에서 요격하는 사드가 필요 없다는 것”이라며 “미사일 고도를 보면 무용론자들의 주장이 사실과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②미군 증원 봉쇄, 항구와 공항 주 타깃=고도를 높인 북한 미사일 탄착지점을 분석해 보면 전쟁 초기 미군 증원 전력의 출발을 막겠다는 계산이 드러나고 있다. 미사일로 부산과 김해 등을 공격할 수 있는 실험을 했다는 의미다. 지난 7월 19일 황해남도 황주에서 발사한 노동미사일 2발, 스커드미사일 1발은 각각 500여㎞, 600여㎞ 날아가 동해상에 떨어졌다. 미사일의 방향을 85도에서 90도 오른쪽으로 돌리면 부산이나 김해공항에 떨어지는 거리다.

지난 6월 22일 발사한 무수단미사일 2발 중 1발은 공중 폭발했으나, 1발은 최고 고도 1413.6㎞로 날아가 400㎞ 떨어진 동해상에 떨어졌다. 미군 괌기지뿐만 아니라 남측 수도권 공격 가능성을 보여줬다. 지난달 20일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19일 쏜 노동미사일은 남쪽)항구와 비행장을 선제 타격하는 훈련이었다”고 보도했다.

항구와 비행장을 공격한 것은 유사시 주한미군의 증원 루트를 봉쇄하겠다는 뜻이다. 괌을 조준하는 무수단미사일 실험에 열을 올리는 이유도 해당 지역에 주둔한 미군이 지원에 나서는 걸 봉쇄하겠다는 뜻이라고 군 당국자는 말했다. 비대칭 전력(상대방이 가지고 있지 않은 우위의 전력)을 통해 미군 증원 세력이 도착하기 전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전략인 셈이다.

③방공식별구역은 피하며 정밀도 조절=올해 북한이 쏜 미사일은 인공위성을 쏜 장거리 미사일(ICBM)을 비롯해 6가지로, 발사한 장소만도 강원도 원산을 비롯해 7곳이다. 북한 전역에서 공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3월 29일엔 신형 300㎜ 방사포(KN-09)를 내륙인 함경남도 갑산 사격장에서 쏴 정밀도를 과시했다.

그동안 북한은 일본의 반발 등을 의식해 항공식별구역(JADIZ·영공으로 접근하는 군용항공기를 조기 식별하기 위해 설정한 선)은 넘지 않았다. 그렇게 방향과 거리를 조절한 것 자체가 정밀도를 다듬는 실험이었다는 분석이다.

한국국방연구원 김진무 책임연구위원은 “노동미사일은 이미 실전에 배치해 완성도를 보유하고 있는 미사일”이라며 “사거리와 고도를 조절해 가면서 다양한 공격 방법을 실험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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