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보문단지에 이박사 기념 교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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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 항일독립운동의 역사적 유적가운데 하나인 호놀룰루 한인교회와 똑같은 모습의 교회가 경주보문관광단지안에 세워진다.
해외서의 항일운동, 그중에도 미주하와이 교포들의 활동과 그들을 이끌었던 우남 이승만박사의 행적을 남다른 관심으로 찾아오던 경주시 천군동 천군교회의 젊은 목사 신낙균씨(35)가 「독립정신」의 상징이었고 운동의 근거지였던 유서깊은 호놀룰루 한인교회가 헐리게 된 것을 알고 국내에 같은 모양의 교회를 재현, 그 정신의 맥을 잇겠다고 나선 것이다.
『이박사가 조국의 독립을 눈물로 기구하던 그 교회를 헐어버린다는게 너무 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 그 모습이나마 재현, 그 정신을 잇고자한 것입니다.』
신목사는 1백여명의 신도들과 힘을 합쳐 이승만 박사가 호놀룰루에 세웠던 그 모습 그대로의 기념교회를 국내에 짓겠다고 다짐한다.
신목사가 호놀룰루 한인교회 국내재현 계획을 세운 것은 84년4월. 평소 이박사의 독립운동에 관심을 갖고 각종자료를 정리해오다 이박사 독립운동의 산실이었던 「한인기독교회」가 증축을 위해 헐릴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게된데서 비롯됐다.
호놀룰루「한인기독교회」는 1938년 4월24일 이박사를 중심으로 한 한인기독교신도 60여명이 기금을 모아 건물을 지었다. 교포들에게 신앙을 심고 경제독립을 위해 기금을 모으는 독립운동과 함께 2세 자녀들에게 우리말과 글, 역사를 가르치기도 했던 민족혼의 둥지.
이박사는 조국독립을 기원하는 마음에서 교회건물도 입구를 광화문을 본떠 만들었었다.
그러나 세월이 지난 지금 이박사와 1세 교포들의 독립정신은 차츰 잊혀져 현지 교포들 사이에선 「한인기독교회」간판을 한인에게만 국한시킬 것이 아니니 바꾸자는 말이 나오는가 하면 광화문을 본뜬 교회건물도 너무 낡고 협소해 모두 헐고 현대식 건물로 개축하자는 의견이 대두됐다.
이 때문에 현지에선 건축위원회까지 구성, 곧 현 건물을 헐고 새 교회의 착공단계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신목사는 84년4월부터 천군교회 신도들에게 자신의 뜻을 설명, 신도들의 적극적인 호응을 얻었다.
어떤 신도는 대대로 물려온 대지5천평을 교회부지로 선뜻 내놓았다. 또 다른 신도는 건립자금에 헌금할 목적으로 3백만원짜리 적금을 들기도 했다.
지금까지 모은 기금이 4천여만원. 건축비는 1억5천만원 정도가 들 것으로 보여 신목사와 교인들은 모금을 계속하는 한편 올해말쯤 착공, 내년 안으로 준공할 계획이다.
신목사는 지난해8월 하와이에서 가진 이박사 동상건립에 참석, 현지교민들과도 교회건립을 협의, 적극적인 지지를 약속받았다.
또 「프란체스카」여사나 이인수씨로부터도 이박사 유품일부를 원한다면 교회 안에 전시토록 해주겠다는 약속도 받았다.
지난해 12월11일 신목사는 한인기독교회와 천군교회간의 자매결연을 맺어 오는 6월엔 호놀룰루 한인기독교회 신도 30명이 내한, 천군교회를 둘러보고 교회건물 재현문제를 의논할 예정이다.
【경주=이동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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