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깜빡' '잠깐'이 아이를 '지옥'으로 몬다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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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지옥'으로 내모는 거나 마찬가지다."

뜨거운 날씨 속에 차 안에 홀로 남겨졌다가 사망한 어린이가 미국서 한해 평균 37명에 달한다.

어린이 안전사고 예방단체 '키즈앤드카스(KidsAndCars.org)'에 따르면 올해만 이미 23명이 같은 사고로 사망했다.

키즈앤드카스 대표인 자넷 페넬은 "1990년 에어백으로 인한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아이를 뒷좌석에 태우는 법안이 시행되면서 더운 차 안에 방치된 아이들의 사망률이 급증했다"며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는 말이 있듯이 아이를 태운 것을 깜빡 잊었다가 사고로 이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 단체는 '차문을 잠그기 전에 살펴라'는 의미의 로고(사진)를 내걸고 있다. 1990년 이후 이 같은 사고로 사망한 어린이는 775명에 달한다. 가장 많이 사고가 발생한 주는 텍사스로 동기간 내 106명의 어린이가 목숨을 잃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같은 기간 54명이 사망했다.

사고의 70% 가까이는 부모의 부주의다. 키즈앤드카스에 따르면 사고의 55%는 부모가 아이를 차 안에 남겨 둔 것을 잊어버렸다. 13%는 알고도 '잠깐'이라는 이유로 방치했다. 28%는 아이들이 스스로 차에 들어갔다가 사고를 당했다.

전문가에 따르면 화씨 90도(섭씨 32도)인 날, 주차된 자동차 안의 온도는 20분 안에 119도까지, 1시간이면 133도(섭씨 56도)까지 올라갈 수 있다.

덥지 않은 날씨일 지라도 상황은 비슷하다. 외부 온도가 70도(섭씨 21도) 정도인 선선한 날에도 차 안은 120도 이상까지 올라가는 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실제 화씨 60도 정도의 날씨에 발생한 사고도 적지 않다.

특히 부모들이 간과하는 부분은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체온이 3~5배까지 빠르게 올라간다는 것이다. 부모에게 단 몇 분은 아이에게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지난달 29일 한국서 4세 어린이가 폭염속에 유치원 차에 방치됐다가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아이는 7시간 동안 버스에서 방치됐다가 발견됐다. 아이는 닷새째 의식불명 상태다.

이 사건은 지난해 위티어에서 발생한 발달장애인 이헌준군의 사고와 똑 닮아있다. 이군은 지난해 9월 화씨 96도(섭씨 35.5도)를 웃도는 날씨에 창문과 출입문이 모두 잠겨 있는 버스 안의 갇혀 있다가 질식사했다.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지갑이나 휴대폰 등 운전자가 내리기 전 챙겨야 하는 중요한 물품을 뒷좌석에 두고, 물건을 꺼내기 위해서라도 아이를 한 번 더 챙겨 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다.

오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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