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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어른들은 왜 그러죠? 무대서 날린 돌직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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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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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시오나토는 2014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내공이 탄탄하다. [사진 지평선고]

“왜 청소년들은 항상 불쌍해야만 하나요?”

청소년 연극제 전북대표 지평선고
연출·음향·조명 학생들 힘으로 해내

전북 김제의 지평선고 연극부 ‘아파시오나토’가 어른들에게 던지는 ‘돌직구’다. 어른들이 만든 세상의 법을 따르느라 청소년들이 고통받는 부조리를 꼬집는 물음이다. 이 학교 연극부는 이런 문제 의식을 담은 ‘모든 학생은 불쌍하다’란 작품으로 지난달 끝난 ‘전북청소년연극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2일 시작돼 13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동 일대에서 열리는 ‘제20회 전국청소년연극제’에는 전북 대표로 참가한다.

2일 만난 연극부원들은 학교 강당에 둘러앉아 동아리 이름처럼 맹렬히 대본 연습 중이었다. 아파시오나토(appassionato)는 악보에서 ‘정열적으로 연주하라’는 뜻의 이탈리아어다.

연출을 맡은 연극부장 김수민(17·고2)양은 “‘모든 학생은 불쌍하다’는 ‘모든 군인은 불쌍하다(박근형 작)’를 청소년의 시각에서 각색한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연극부원 23명이 3개 팀으로 나눠 토론을 거쳐 대본을 다듬고 고쳤다고 한다. 중학생 때 성폭행을 당한 여학생, 일제 강점기 가족을 위해 입대한 학도병, 세월호 생존 학생 등 세 이야기를 옴니버스 형식으로 다루고 있다. 극단 ‘명태’의 최경성 대표가 연기 지도를 하지만 음향·조명·의상·소품·촬영 등은 오롯이 학생들의 몫이다.

김양은 연출 외에 ‘거리의 아줌마’ ‘아나운서’ ‘마사키 모(母)’ ‘학생4’ 등 1인4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연극부원들은 지난 5월 전남 진도 팽목항에 내려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난 일을 ‘가장 의미 있는 기억’으로 꼽았다. 이때의 인연으로 아직 시신을 찾지 못한 조은화(안산 단원고)양의 어머니 이금희씨가 지난달 14일 전주 공연을 관람했다.

학교까지 방문해 연극부원들에게 “세월호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아줘서 고맙다”는 말도 전했다. 아파시오나토는 지평선고가 ‘대안형 특성화 학교’로 개교한 2010년 3월 창단됐다. 동아리 역사는 짧지만 2014년 전국청소년연극제에서 ‘우리읍내’란 작품으로 대상을 받았을 정도로 그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김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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