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취업설명회까지…8억원 취업사기 부산항운노조원들 구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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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항운노조원 가입을 희망하는 구직자들을 상대로 가짜 취업설명회를 열고 취업알선 청탁 명목으로 8억원 정도의 뒷돈을 받은 부산항운노동조합 조합원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부산경찰청 해양범죄수사대는 취업알선 사기 혐의로 8명을 붙잡아 이 가운데 부산항운노조 모 지역 전 지부장 A씨(50)와 이 지역지부 소속 작업반장 B씨(42) 등 2명 구속하고 6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2일 밝혔다. 6명은 조합원은 아니고 A·B씨 등의 지인들로 브로커 역할을 했다.

A씨 등 2명은 2014년 2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피해자 C씨(36) 등 4명에게 83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B씨 등 6명은 2011년 7월부터 지난 4월까지 D씨(48) 등 29명에게서 7억1500만원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지난해 9월 부산 동래구 한 식당에서 항운노조 구직을 희망하는 피해자 20명을 모아놓고 가짜 취업설명회를 열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B씨는 이 자리에서 자신이 지역 지부장에 당선되면 피해자들을 취업시켜 줄 것처럼 속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에 따르면 B씨는 피해자들을 강서구 소재 한 항만물류업체에 데려가 작업현장을 보여주면서 위조한 근로계약서로 근로계약까지 체결했다. B씨는 이 같은 수법으로 피해자들을 안심시켜며 1인당 2000만~3000만원의 금품을 받아 챙겼다. 하지만 B씨가 소개한 일자리는 부산항운노조가 아니라 다른 물류회사 일용직이었다.

B씨는 또 기존 노조원이 퇴사한 후 그 근무지에 입사하려면 권리금 형태의 일명 자리 값이 필요하다면서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 챙기기도 했다. B씨는 부산항운노조에 가입돼 있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피해자들이 항의하면 가로챈 돈의 일부를 돌려주고 새로운 취업 희망자를 물색해 취업알선 청탁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는 등 돌려막기 식으로 범행을 이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B씨는 이렇게 챙긴 돈을 골프와 유흥비 등으로 모두 썼다. 결국 이 지역지부는 지난 4월 폐쇄됐다.

이재길 해양범죄수사대 팀장은 “A씨는 20년 이상, B씨는 15년가량을 부산항운노조 소속으로 근무해오면서 지역지부의 신입사원 채용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해 있었지만 실제 취업사기에 성공하지는 못했다”며 “이들에게 속아 빚까지 낸 피해자들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2차 피해도 발생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김상식 부산항운노조 위원장이 노조가 독점해온 항만노무인력 공급권을 포기하고 노사정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항만인력수급관리위원회를 통해서만 인력을 채용하는 공약을 내걸고 재선출됐다. 하지만 자주 터지는 취업 비리 때문에 약속이 지켜질 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산=강승우 기자 kang.seu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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