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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각 스님 불교 비판 이해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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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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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자현 스님 페이스북]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의 한국 불교 비판 글의 파장이 나날이 커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자성론이 나오는 한편 다른 한쪽에서는 현각 스님의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자현 “외국 승려 이기적인 시각”
의연 “애정 없는 독설 확산 우려”
불교계 자성론 함께 반박 이어져

월정사 교무국장인 자현(중앙승가대 교수) 스님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현각의 비판은 외국 승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실망감을 드러냈다.

자현 스님은 “현각이 제기한 조계종의 문제는 유교적 관습, 남녀·국적 차별, 형식주의,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 외국 승려는 장식품이라는 총 여섯 가지”라며 “25년이나 살고도 우리 전통문화를 존중하지도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기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꼬았다.

이어 “유교문화는 좋든 싫든 동아시아의 전통문화”라며 “그 속에 살려고 온 사람이라면 당연히 그 사람이 적응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 그러므로 나는 그의 비판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언급했다. 또한 ‘외국인 승려는 조계종의 장식품’이라는 현각 스님의 지적에 “100% 동의한다”면서도 “그런데 현각처럼 25년이 지나도 한국말이나 한글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백양사 의연 스님도 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논란에 대해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의연 스님은 “외국인 상좌(제자) 스님들을 두고 있는 저도 충분히 공감하면서도 가슴이 먹먹해진다”며 “절집에 잔재하는 군대식 문화에 질려 떠난 외국인 행자들이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한국 불교와 종단을 향한 그의 독백과 애정 없는 독설이 세간에 회자되면서 왜곡되고 확대 재생산되면서 자칫 한국 불교 위상이 추락되지 않을까 하는 기우와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한편 마하사 주지 가섭 스님은 지난달 29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그(현각 스님)가 인연을 정리하게 된 몇몇 이유는 한국 불교의 가장 아픈 부분임이 분명하다”며 “생채기 난 환부를 긁힌 것처럼 쓰리고 아프다. 승가에서도 오래전부터 한국 불교가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돼 온 것이라 더욱더 그렇다”고 지적했다.

현각 스님은 지난달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한 외국 스님들은 오로지 조계종의 데코레이션(장식)”이라는 글을 올리며 조계종의 폐쇄성을 비판한 바 있다.

백성호 기자 vangog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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