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능 선수식당 요리사-최음전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태능훈련원 선수식당의 최고참 주방아줌마 최음전씨(50·경기도 남양주군 구리읍 갈매2리)의 하루는 아직도 캄캄한 새벽5시께 아침식사 준비로 시작되어 밤10시가 넘어야 끝이난다.
현재 12종목에 걸친 3백여명의 국가대표운동선수들이 합숙훈련을 받고있는 태능훈련원. 이곳에서 최씨는 20년 가까이 주로 한식을 중심으로 선수들을 위한 음식을 만들어오고 있다.
『집을 떠나 훈련원에서 먹고 자며 고된 훈련을 받는 선수들의 입맛에 맞추려고 정성을 들이지만, 어디 어머니나 아내들의 솜씨만이야 하겠어요. 그래도 선수들이 밖에 나가면 먹을것이 없다. 훈련원음식이 좋다고 말해줄때는 보람을 느껴요.』
영양사 조성숙씨, 주방장 송병선씨가 짠 하루세끼의 메뉴는 하루전 주방에 전해져 l8명 주방인원들에 의해 장만된다. 한끼 평균 4천8백칼로리 표준으로 마련되고 메뉴는 4백가지가 넘는다.
선수들에게 인기가 있는 메뉴는 약식중 스테이크류, 일식으로 오뎅류, 중국식은 팔보채·탕수육, 한식으로는 갈비찜과 불고기. 특히 최씨의 손으로 마련된 갈비찜과 구이는 생 갈비를 슬쩍 끓여 기름기를 뺀후 갖은양념을 하여 조리한 깔끔한 맛으로 인기가높다.
선수촌 세탁일을 다니던 최씨가 주방일을 시작한것은 67년. 그동안 2년간 축구국가대표선수팀의 밥을 해주러 나갔다. 74년 다시 선수촌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옛날에 비해 음식이 많이 좋아졌어요. 그만큼 선수들의 입맛도 까다로와졌구요. 모처럼 장만한 음식을 체중조절 때문에 먹지못하는 선수를 볼때는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요』
레슬링·복싱·체조선수들은 체중조절 때문에 음식을 극히 제한하는 반면 역도나 유도선수들은 보통때도 3∼4인분씩 해치우는 대식가들이라 한다. 식성이 까다롭기는 국가대표 배구팀의 K, J선수가 으뜸으로 꼽힌다.
80넘은 시어머니를 모시고 있고, 노동을 하는 남편 차광수씨(57)와의 사이에 장성한 2남2녀. 훈련원 기숙사에 머무르며 8∼9일에 한번씩 집엘 다녀온다. 월급은 24만원선. 『88년 올림픽까지는 선수들을 뒷바라지 하고 싶다』는 그는 언젠가 자신만의 작은 식당을 얻는것이 꿈이다. <박금옥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