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친북 성향 섬나라 몰타, 북한 노동자 사실상 추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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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노동자들이 일했던 몰타의 의류업체 레저 클로딩. [사진 타임스 오브 몰타]

유럽연합(EU) 회원국 중 친북 성향으로 분류됐던 몰타가 북한 노동자들을 사실상 추방 조치했다고 복수의 대북 소식통들이 28일 전했다. 몰타는 체류 기한이 만료된 북한 노동자들에게 비자 기간 연장을 불허하는 방식으로 북한 노동자들을 본국으로 돌려보내고 있다고 한다.
이 중 일부 북한 노동자들은 지난해 탈출해 한국에 입국했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해 2명의 건설 노동자가 몰타에서 탈출해 한국으로 입국했다“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도 “지난해 몰타에서 탈북민이 입국한 사실은 있다”며 “구체적 사항은 탈북민 신변보호를 고려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몰타에서 탈출해 한국에 입국한 북한 노동자 숫자는 2명보다 많다는 주장도 일각에서 나오는 상황이다.

이탈리아 남서부 지중해에 위치한 몰타는 면적이 서울의 절반 정도인 316㎢에 인구 41만이 거주하는 작은 섬나라다. EU 회원국 중 가장 작은 국가다. 북한과는 1971년 좌파 성향 노동당 정부가 집권한 뒤 수교했다. 몰타 현지 영어신문 타임스 오브 몰타에 따르면 현지 의류업체인 레저 클로딩은 올해 3월 초를 기준으로 36명, 다른 5개의 회사들은 21명의 북한 노동자를 고용했었다.

그러나 이후 유엔이 대북 제재 결의 2270호가 3월초에 채택하고, 유럽의회 내에서 유럽의 북한 노동자 인권 실태를 집중 조명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EU 집행위원회는 현재 유럽 내 북한 노동자들에 대한 강제노동 등 인권 침해 여부를 조사 중이다. 레저 클로딩도 이와 관련 장시간 근로와 최저임금 보장 위반 등 북한 노동자들을 착취한 혐의로 몰타 현지 경찰의 조사를 받았으며,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

북한인권정보센터 윤여상 소장은 “인권단체들과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북한 노동자들 착취 실태에 대한 압력이 강해지고 유엔 대북 제재가 실행된 이후 몰타 정부가 북한 노동자들을 사실상 받지 않기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폴란드 역시 지난 1월 북한 노동자에 대한 신규 비자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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