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 상습 절도한 명문대 출신 30대, 징역 1년 6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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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소재 유명 대학교와 대학원을 졸업한 김모(34)씨는 지난 2014년 창업을 준비하던 중 지인에게 사기를 당했다. 지인을 믿고 1000만원 상당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한 것이다. 특별한 수입이 없어 경제적 사정이 급속도로 나빠진 김씨는 지난해 1월 우연히 이웃집 문 앞에 놓인 '설 선물 세트'를 보고 혹하는 마음이 생겼다. '택배 털이' 범행을 결심한 순간이었다.

지난해 1월부터 김씨는 서울 강남과 경기 성남시 일대의 다세대주택이나 빌라 등 상대적으로 보안이 취약한 곳들을 돌아다니며 문 앞에 놓인 택배를 훔쳤다. 짧은 시간 안에 최대한 많은 택배를 챙기기 위해 미리 가방과 커터칼 등을 준비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이동했다. 김씨는 약 1년 간 이같은 방법으로 520회에 걸쳐 5400만원 상당의 물품을 훔쳤다.

김씨는 챙긴 물건 중 음식은 자신이 먹고, TV나 전기밥솥 등 돈이 될 만한 것들은 인터넷 중고 매매 사이트에서 처분했다. 하지만 범행은 오래가지 못했다. 명절 무렵 택배 선물이 사라졌다는 신고가 수차례 접수되자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과 잠복 끝에 지난 2월 김씨를 붙잡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 이창경 판사는 상습절도 혐의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1년 6월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이 판사는 "1년 동안 범행 횟수가 520회에 달하는 점을 보면 김씨가 얼마나 범행에 전념했는지 알 수 있다"며 "김씨가 범행을 시작할 당시 부채가 약 1000만원 정도인데 이 정도 채무를 감당하지 못해 범행에 이르렀다는 것은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 판사는 다만 "김씨가 기소된 이후 반성문을 제출하고 피해자들에게 사죄의 편지를 보내면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다"며 "혼자 창업을 준비하던 중 지인에게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 경제적 사정이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범행에 이른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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