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에만 몰두 무심 아빠 '무죄'…법원 "이혼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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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벌기 위해 가정생활에 소홀했더라도, 이를 이혼 사유까지는 볼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부산지법 가사부 박상현 판사는 부인 B씨가 남편 A씨를 상대로 제기한 이혼 청구 소송을 기각 판결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두 사람은 2006년부터 동거를 하다가 2008년 1월 혼인신고를 했다. 이후 슬하에 자녀(8) 한 명을 뒀다. 결혼 전부터 부산 금정구에서 호프집을 운영하던 A씨는 경영이 어려워져 2011년 호프집을 폐업했다. 이후 A씨는 인근에 주점을 운영했다. 주점을 운영하면서 오후 4시에 출근해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근무했다. 하지만 주점 역시 장사가 잘 되지는 않았다. A씨는 2014녀 1월부터 낮에는 처남이 운영하는 화장품 가게에서 근무를 하고 밤에는 주점을 운영하면서 생활비를 벌었으나, 결국 지난 2014년 5월 주점을 폐업했다.

혼인신고 이후 하루 종일 아이를 양육해온 부인 B씨는 결국 주점 폐업 직후 남편 A씨에게 이혼을 요구했다. 하지만 남편은 이혼을 거부했고 부인 B씨는 2014년 7월 이후 가출했다. 남편 A씨는 그 이후 건설현장에서 일용직으로 근무하면서 초등학생으로 훌쩍 커버린 아이를 양육했다. 부인은 이후 남편을 상대로 “위자료 1000만원과 아이 양육권을 주고, 매달 60만원씩 양육비를 지급하라”면서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남편의 손을 들어줬다. ① 호프집ㆍ주점ㆍ화장품가게ㆍ건설현장 등에서 꾸준히 가족 부양을 위해 일한 점 ② 남편 A씨가 아이를 홀로 양육하면서 부인이 돌아오기를 고대하고 있는 점 ③ 남편이 일에 몰두한 것을 고치기로 하고, 일(부양책임)과 가정(양육)을 조화할 수 있는 직장을 구하고 있는 점 ④ 각자 직장에 다니면 아이를 키우면서 가정을 이루는 것이 아주 어려워보이지는 않는 점 등이 이유로 꼽혔다.

부인 B씨가 제기한 “주식 투자에 몰입해 가정을 돌보지 않았다”는 주장은 증거가 없어 인정되지 않았고, 남편이 돈을 벌어오지 못해 부인 B씨가 취업해서 생활비를 벌었다는 주장에 대해 재판부는 “경제적 어려움을 남편의 잘못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부부가 서로 대화로 갈등을 해결하려 하기 보다는 서로 자신의 처지를 잘 알아주기만을 바란 것으로 보인다”면서 “부부의 공동생활관계가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됐다고 볼 수는 없어 이혼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이현택 기자 mdf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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