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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서 미사 집전 중이던 신부 잔인 살해…IS 추종자로 추정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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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 가톨릭 국가 중 하나인 프랑스에서 사제가 미사 집전 중 살해됐다. 목에 긴 자상(刺傷)이 있는 채로다. 이슬람국가(IS)를 추종하는 이들에 의해서다. 이슬람극단주의자들이 서구 문명의 한 축인 기독교를 공격한 모양새다.

24일 오전 프랑스 북부 센 마리팀도(道)의 셍테티엔 뒤 루브래의 한 성당에 괴한 두 명이 흉기를 들고 들어가 5명을 인질로 잡았다. 주임 신부인 자크 하멜(84)과 수녀 2명, 신도 2명이었다. 사건 당시 성당에선 미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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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테러로 숨진 자크 아멜 신부. [사진 페이스북 캡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이 현장에 출동했을 때엔 괴한 두 명이 교회 밖으로 나오던 중이었다. 두 명은 현장에서 사살됐다. 이미 사제는 살해됐고 괴한 중 한 명은 크게 다친 상태였다. 로이터 통신은 “사제의 목에 긴 자상이 있었다"고 전했다.

프랑스 내무부 대변인인 피에르-앙리 브랑데는 사건 직후 “범행 동기는 아직 불확실한 상태”라며 “그러나 대테러 검사들이 수사를 지휘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곧 IS 추종자에 의한 소행이란 정황 증거가 쏟아졌다. 한 목격자는 "범인들이 사살되기 전 '알라후 아크바르(신은 위대하다란 아랍어)'를 외쳤다"고 말했다. "다에시(IS의 아랍어)"라고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도 있었다. 프랑스 현지 방송은 "인질범 중 한 명은 이슬람교도 차림의 옷을 입었다"고 보도했다.

마누엘 발스 프랑스 총리는 트위터에서 "야만적 공격을 혐오한다. 모든 프랑스인과 가톨릭 교도인들이 상처를 받았다. 우린 함께 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영국 BBC 방송은 "당국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지만 현재 모든 정황이 이슬람 극단주의자를 가리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급기야 네 시간 만에 테러 현장을 방문한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IS에 의한 테러 공격"이라고 규정했다.

IS는 그 동안 종교시설로 테러 대상으로 지목한 바 있다. 그간 중동 등에서 교회가 공격을 받은 적은 있으나 서구 문명국에선 이례적인 일이다. 그것도 미사 중인 가운데 사제가 공격을 받았다. 서구 사회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마을 주민들은 신부의 피살에 대해 "마을에선 보배 같은 분"이라고 안타까워했다. 루앙 대주교 도미니크 르브룬은 "가톨릭 교회는 기도와 인류애에 대한 호소 외엔 무기를 들지 못한다"며 "신께 인류에게 선의를 달라고 간곡히 외친다. 비교도들도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가톨릭 본산인 바티칸은 "신의 사랑이 머무는 성소(聖所)인 교회에서 신앙을 행하는 사제가 야만적인 방식으로 살해됐다는데 특히나 끔찍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고통과 공포"라고 표현했다.

사실 그 동안 테러는 파리·브뤼셀 같은 곳에서 벌어지곤 했다. 주목 효과를 노린 게다. 그러나 17일 4만 명의 독일 안스바흐에 이어 11만 명의 루앙까지 공격받았다. 유럽인들로선 어디든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는 느낌을 갖게 됐다. 진정한 공포가 지배하는 것이다.

더욱이 프랑스로선 지난해에 만평 잡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와 파리 테러를 겪었다. 최근 니스 트럭 테러도 있었다. 지난해엔 단합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니스 테러 직후엔 국가 지도자들이 야유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프랑스 정부가 테러를 막아야 한다는 강한 압력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런던=고정애 특파원 ockh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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