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교 2개 단체 범행 주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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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베이루트에서 피납된 도재승 2등 서기관의 구출을 위해 다각도의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정부는 이번 납치사건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주장된 3개의 레바논 내 단체가 떠오름에 따라 이들 단체의 정체·요구조건 등을 파악하고 이들 단체의 실재여부를 확인하는 대로 협상 강구 개설을 모색할 방침이나 사건발생 나흘째인 3일까지도 사건해결에 이렇다 할 진전을 못보고 있다. <관계기사 3면>
정부는 범행 자칭 단체가 잇달아 나타남에 따라 2일 상오 이상옥 외무차관주재로 비상 대책회의를 가진데 이어 이날 하오 관련부처 관계자들이 참석한 확대회의를 열었다.
현지 공관의 보고에 따르면 도 서기관의 납치에 관련된 것으로 떠오른 단체는 ▲「헤즈볼라」(신의 당) ▲「알·무스타드·아핀·니·알·알람」(피압박자) ▲「녹색여단」이라는 이름의 3개 단체인데 이중 「헤즈볼라」는 레바논의 기독교 방송이 그들의 소행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으며 나머지 두 단체는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와 자신들의 범행이라고 주장했다.
이중 「헤즈볼라」는 회교도 단체며 나머지 두 개의 단체는 이번에 처음 알러졌지만 역시 회교도 단체로 추정된다.
현지 공관은 2일 상오 레바논의 회교 측 정부TV 방송이 도서기관의 피랍 사건이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하는 단체가 나타났다고 보도했다고 본부에 보고해왔다.
이 방송은 2일 상오4시5분(현지시간 1일 하오9시5분)임시뉴스를 통해 「알·무스타드·아핀·니·알·알람」이라는 단체의 소속이라고 신분을 밝힌 한 남자가 10분전인 3시55분 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도서기관의 납치사건을 자신들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이 남자는 또 오는 9일까지 자신들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 또 다른 외교관을 납치하겠다고 위협했으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고 이 방송은 보도했다.
또 공관은 아랍어를 사용하는 한 익명의 사나이가 2일 베이루트에 있는 수니파 회교도 소속 「조국의 소리」방송국에 전화를 걸어 도서기관을 오는10일까지 석방하는 조건으로 1천만달러의 몸값을 요구해 왔다고 보고했다.
지금까지 알려진 일이 없는 「녹색여단」이라는 단체소속으로 신원을 밝힌 이 괴한은 이 요구가 기한 내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녹색여단」은 폭력에 의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까지 알려진 바로는 외국인을 납치한 범인들이 몸값을 요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들 단체들의 실재여부 및 주장의 사실여부 등을 신속히 파악하라고 현지 공관에 긴급 지시하는 한편, 사실일 경우에 대비한 다각적인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레바논 각 파벌 집단에 영향력 있는 아랍권국가· 우방· 국적 등에서 이 사건의 조속한 해결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뜻을 통보해 옴에 따라 보다 유기적인 관계를 유지, 도서기관의 무사구출에 외교력을 총 집결시키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피압박자」와「녹색여단」이 이제까지 레바논에서도 전혀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단체인 만큼 이 단체의 실재여부파악에 우선 주력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들 단체의 동일성 여부 ▲「헤즈볼라」와의 연관성 등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사는 이들 단체가 요구조건을 들어주지 않을 경우에 제2의 폭력을 행사하겠다는 주장에 대해 현지 공관원 및 가족에 대한 특별한 신변 안전대책을 세웠으며 이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김현진 주 레바논대사는 레바논의 시아파 아말 민병대와 접촉, 도서기관 석방에 최대한 협조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이에 대해 아말 민병대는 협조를 다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대사는 또 시아파 종교지도자인 「압둘·아미르·카바란」씨와도 만나 도서기관의 석방이 조속한 시일 내에 이루어지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외무부 관계자가 전했다. 외무부는 사건이 장기화 할 것 에 대비, 비상 대책반(반장 한우석 제1차관보)을 개편해 중동과외에 근동과도 추가 보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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