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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P서, 덕수궁길서, 용인 아트센터서…“헬로 백남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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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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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2006년 1월 29일 미국 마이애미에서 동양계 전위 예술가 한 명이 죽었다. 이튿날 뉴욕 타임스는 그의 죽음을 애도하는 글에서 ‘성공한 반란자’라는 평을 내렸다. 기존의 심미적 관념을 뒤집고 조롱하려는 새로운 세대의 도전을 이해하고 그 정신을 늙을 때까지 유지한 드문 사람, 테크놀로지와 전자매체에 어떻게 인간성을 부여하느냐를 끈질기게 추구한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라 기렸다. 전 세계에 통하는 브랜드를 지닌 거의 유일한 한국 출신 미술가였던 백남준(1932~2006)의 타계는 이렇듯 그 혁명적 혼이 담겨있는 작품세계에 대한 평가를 예고했다.

10주기 맞아 다양한 전시·행사
기념관 조성 위한 고사 퍼포먼스
34개팀 ‘디지털 게임’으로 추모도

그로부터 10년. 백남준 10주기를 맞은 그의 고국은 서구 중심의 예술 질서를 교란하려 돌진했던 문화 테러리스트를 다양한 전시회와 행사로 되돌아보고 있다.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였던 그를 추모하는 자리는 “무질서한 것들, 놀라움에 관심이 많다”던 생전의 목소리를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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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에 뜬 거북선의 장쾌한 항해를 연상케하는 백남준의 1993년 작 ‘거북’. TV 모니터 166대를 엮은 비디오 설치물로 10m 길이 대작이다. 이 원작에 디지털 공연 연출 전문인 ‘D’strict 팀’이 영상을 입혀 협업 작업을 완성했다.

지난 20일, 백남준의 생일에 맞춰 작가의 ‘큰대문집’ 터가 있던 서울 청신동 197번지 한옥에서는 백남준기념관 조성사업을 위한 신고식 ‘헬로우 백남준’이 열렸다. 색동 띠로 장식된 앞마당에서 조형예술가 김상돈의 고사 퍼포먼스 ‘백(百)+Paik’이 펼쳐지는 가운데 시각예술가 겸 음악가인 백현진과 악사 7명이 길놀이 ‘백방으로 안녕하세요’로 고인의 넋을 모셨다. 오는 11월 말 공식 개관하는 백남준기념관은 그가 평생 그리워했던 고향집으로 복원돼 그를 재발견하는 발신지로 활용된다(02-2124-8970).

‘백남준이 오래 사는 집’이라 불리는 용인시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는 10주기 추모전으로 ‘뉴 게임플레이’를 20일 개막했다. 빌 비올라·제프리 쇼 등 미디어 아티스트 34팀의 작업 45점은 백남준이 추구했던 매체의 획기적 대중 소통방식을 ‘디지털 게임’으로 풀어냈다. ‘비디오는 공동체의 공동재산’이라 강조하며 “건너뛰어라” “세계를 축소하라”던 그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전시는 내년 2월 19일까지(031-201-8500).

서울 덕수궁길 서울시립미술관(관장 김홍희)은 백남준의 예술적 동지이자 1960년대 해프닝 미술운동인 ‘플럭서스’의 추억을 불러 모았다. 백남준 예술의 출발점이자 동력이 된 비디오 조각, 설치물, 퍼포먼스, 해프닝 자료들을 만날 수 있다. 31일까지(02-2124-8800).

서울 을지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배움터에서 21일 시작한 ‘백남준 쇼’는 한 천재 예술가의 창작 동기를 5가지 이야기로 엮은 연대기적 보고서다. ‘희망’ ‘노스텔지어’ ‘사랑’ ‘영원’ ‘이상’으로 나눠 작가의 원작에 상상의 유희를 덧씌웠다. 10월 30일까지(02-542-5543).

백남준의 반려였던 일본 출신 비디오 아티스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1937~2015)의 구술을 받아 저널리스트 남정호씨가 쓴 『나의 사랑 백남준』(아르테)은 10주기를 맞아 개정판이 나왔다. 

글·사진=정재숙 문화전문기자 johana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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