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대생 성추행하고 달아난 강도, 용감한 시민 기지로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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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남양주경찰서]

길에서 여대생을 추행하고 휴대전화를 빼앗아 달아난 강도가 한 시민의 용기와 기지로 경찰에 붙잡혔다.

19일 경기 남양주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8일 오전 1시40분쯤 남양주시 진접읍에서 차를 몰고 퇴근하던 A씨(43)는 한 여성의 비명에 차를 세웠다. 소리를 지른 여대생 B양(19)은 우산을 쓰고 길을 가던 중 모르는 한 남성으로부터 성추행과 폭행을 당하고 휴대전화를 빼앗겼다고 했다.

A씨는 B양을 곧바로 자신의 차량에 태운 뒤 용의자를 쫓기 시작했다. 이어 강도 용의자 C씨(28ㆍ회사원)가 자신의 차를 타고 도주하는 모습을 보고 차량을 뒤쫓았다. 용의 차량은 순식간에 멀리 사라졌지만, 운전 중이던 A씨로부터 지시를 받은 B양이 112에 전화를 걸어 차량번호와 용의자의 인상착의 등을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차량 번호 조회를 통해 용의 차량이 남양주 지역 모 회사 소유 차량인 것을 확인했다. 이어 이 차를 사용하는 C씨의 주거지를 찾아가 범행 후 1시간쯤 뒤인 이날 오전 2시35분쯤 검거했다. 당시 C씨는 방문을 열지 않고 버티다 검거됐다.

경찰은 이날 C씨에 대해 강제추행 및 강도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검거에 공을 세운 A씨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신고보상금을 지급했다.

A씨는 “내가 한 일은 범죄 현장에서 누구나 했을 행동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많은 분이 주변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감사장을 수여한 김충환 남양주경찰서장은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일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 요즘 세태 속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범인 검거에 힘써준 것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의정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 심사에서 C씨는 “특별한 이유는 없고, 화가 나서 그랬다”고 말했다.

남양주=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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