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활시간 설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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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평생의 생활시간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일본의 경제기획청은 이런 문제에 여섯 가지 대안을 내놓고 국민 의식조사를 해본 일이 있었다.
①종래형. 22세(대졸)까지 교육을 받고 60세까지 일하고 은퇴. 15%.
②리커런스(순환)형. 직장 일을 도중에 그만 두고 새로운 지식과 기술을 보충하는 충전식 생활. 35%.
③배우면서 일하는 형. 24%.
④제2의 인생형. 40∼50세까지 일하고 다시 교육을 받은 뒤 인생의 후반에 새 직장을 구하는 생활. 13%.
⑤선로후락형. 젊은 시절에 맹렬히 뛰고 노후를 즐긴다. 9%.
⑥선락후로형. 젊은 시절 노라리로 공부하고 장년 이후부터 일하는 형. 0.7%.
뜻밖의 사실은 「대학을 나와 정년퇴직 때까지 일하는」, 전통적인 생활 패턴을 따르는 사람은 겨우 15%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머지 80% 이상의 사람들은 「다모작 인생」을 설계하고 있다.
물론 이것은 국민의 평균 수명이 80세에 접근하고 있는(남 74, 여 80) 일본의 얘기다.
인생을 다모작 한다는 것은 상상만 해도 즐겁다. 장수가 즐거울 것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는 것은 마치 상급학교 신입생이라도 된 기분일 것 같다.
남의 나라 얘기가 아니고, 바로 우리 나라도 서서히 「다모작 인생」시대로 다가가고 있다.
최근 국내 생명보험회사의 통계분석에 따르면 지금 50세의 남자는 향후 20년은 더 살수 있다. 이것은 생명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 통계이긴 하지만 생업을 가진 보통 사람들의 경우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 국민의 평균 수명은 80년 인구 센서스 결과를 보면 남자 62.7세, 여자 69.0세다.
지금 노인 인구는 65세 이상이 3.9% 수준이다. 이 숫자는 일본의 10%, 모나코의 22%, 영국의 15%, 프랑스의 13%보다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적다.
그러나 우리 나라도 노인 인구는 늘어나는 추세고 1960년의 3.3%보다 20년 사이에 0.6% 증가했다. 앞으로 그 템포는 더욱더 빨라질 것이다.
노인 인구가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사회 부담이 커 진다는 뜻과 같다. 「즐거운 비명」현상이다.
결국 나의 인생을 설계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들은 자신의 인생설계를 미리 세워두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회 부담을 덜 지고 사는 방법의 궁리다.
그런 뜻에서 앞서의 6가지 생활시간 배분 패턴은 하나의 모델이 될만하다.
이왕이면 생산적이고 즐거운 설계를 선택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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