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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투쟁위원장 “총리 붙잡은 건 지나쳐…외부인 개입한 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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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경북 성주 배치 관련 반대 시위가 경찰 수사로 비화되고 있다.

“서울서 온 청년, 현수막 상태 지적?
경찰 “폭력 동영상 확보” 수사 착수
21일 청와대 앞서 ‘성주 참외’ 시위
대통령 “국가안보 위해 협조 부탁”
야당 김종인·박지원 “폭력은 안 돼”

경북지방경찰청은 지난 15일 황교안 국무총리의 사드 설명회가 예정됐던 성주군청에서 발생한 폭력사태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특히 황 총리가 6시간30분가량 사실상 감금된 당시 폭력사태에 일부 외부세력의 개입 여부도 확인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17일 “아직 외부세력이 15일 성주 시위를 주도했다는 증거는 잡지 못했지만 일부 개입한 정황이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경찰은 25명의 수사관으로 전담반을 편성해 폭력사태 당시 동영상과 사진 등 채증 자료를 정밀 분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 이재복 공동위원장은 총리가 장시간 갇힌 폭력 시위에 외부세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사실일 가능성을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17일 중앙일보 기자에게 “지난 15일 서울에서 성주 사람(성주가 고향이란 의미)이라며 젊은이가 나에게 찾아와 현수막이 제대로 안 걸려 있다며 감독하듯 말했다. 내가 이번 폭력사태에 외부인이 개입했다고 추정한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는 폭력을 사용하지 말자고 계속 말했기 때문에 총리가 오셨는데 우리 주민이 그럴 일(폭력 시위를 지칭) 없다”며 “총리를 6시간이나 붙잡아둔 것은 지나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1일 성주 군민들의 상경 시위 때 진짜 외부인이 개입될지 모른다. 고향이 성주라고 주장하며 집회에 참여하면 그 사람이 누군지 알겠느냐. 그러면 또 성주 사람만 욕 먹는다”며 외부세력의 시위 개입을 거듭 우려했다. 이와 관련해 기존 범군민비상대책위원회는 ‘성주 사드배치 저지 투쟁위원회’로 16일 조직을 확대·개편한 뒤 평화시위를 선언하고 “(외부세력 개입 없이) 군민들끼리만 시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런 가운데 사드를 둘러싼 시위는 찬반으로 이원화하고 있다. 주민들은 서울로 올라가 사드 반대 시위를 계획하고 있고 일부 보수 단체는 수도권에서 성주로 이동해 찬성 시위에 나서는 양상이다.

성주 군민 2000여 명은 21일 상경해 대규모 사드 반대 시위를 벌인다. 마을별로 관광버스 50대를 빌려 타고 서울로 올라가 참외를 바닥에 쌓아두는 퍼포먼스를 할 예정이다. 성주군 관계자는 “국방부가 아니라 청와대 앞이나 광화문 쪽으로 몰려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군민 대표 10여 명은 앞서 19∼20일 상경해 국회에서 열리는 사드 관련 대정부 질문을 참관한다. 17일엔 ‘성주 사드 배치 반대’의 뜻을 백악관 사이트에 접속해 전하는 10만 명 청원운동도 성주에서 시작됐다.

반면 사드의 성주 배치에 찬성하는 (사)월드피스자유연합과 진리대한당 소속 회원들은 서울에서 성주로 내려가 ‘하향(下鄕) 시위’를 벌이고 있다. 월드피스자유연합은 2003년 서울에서 결성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들은 16~17일 성주문화원 입구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사드를 배치해야 한다. 사드 레이더의 건강 침해는 없다”고 주장했다. 반대 주민들은 찬성 시위에 무대응 원칙을 적용해 양측의 물리적 충돌은 없었다.

몽골을 방문 중인 박근혜 대통령은 16일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황 총리가 성주에서 발이 묶였던 것에 대해 17일 “총리의 저고리를 벗겨 핸드폰을 가져가는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는 짓”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이 해외 순방 중인데 총리가 굳이 위험 지역에 갔어야 했느냐. 이 시간 동안 무슨 일이 났다면 어떻게 할 거냐. 위기관리 능력과 리더십의 총체적 상실”이라면서도 “ 아무리 화가 나도 폭력으로 막 던지고 그런 건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18일 대구에서 대구·경북 지역 언론사 편집국장 등을 상대로 사드 간담회를 연다. 국방부는 미군의 협조를 받아 한국 언론에 괌 사드 기지를 공개한다.

성주=송의호·김윤호 기자, 정용수 기자 ye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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