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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터키 불발 쿠데타, 하루빨리 정세 안정 되찾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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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지난 15일(현지시간) 터키에서 6시간짜리 불발 쿠데타가 일어나 260여 명이 숨지고 1400여 명이 다친 것은 참으로 불행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다. 이유야 어쨌든 민주적 절차로 선출된 정권을 무력으로 몰아내려는 것은 정당화되기 힘들다. 다수의 터키 국민이 쿠데타에 반대하며 몸으로 탱크를 막아내는 모습은 이번 군부의 행동이 민심을 얻지 못했음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아무리 쿠데타로 근대화에 접어들었던 터키일망정 민의를 거스르는 행위는 결코 성공하기 어렵다는 걸 이 나라 군부는 깨닫기 바란다.

동서양의 가교인 터키는 작금의 세계 정세 속에서 전후 어느 때보다 중대한 역할을 맡고 있다. 미국 등 서방세계와 손잡고 이슬람국가(IS) 등 이슬람 테러단체 소탕의 전초기지로 활약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시리아 등 중동 분쟁지역에서 밀려오는 난민들을 소화해 냄으로써 유럽의 짐을 결정적으로 덜어주고 있다. 이런 나라가 혼란에 빠진다면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 정세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이번에 위기를 넘긴 에르도안 정권은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도 하루빨리 안정을 찾아야 한다.

걱정스러운 대목은 쿠데타 후유증이다. 에르도안 정권은 6000명 이상의 쿠데타 관련자를 체포한 뒤 혹독한 숙청을 벼르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자신이 “(쿠데타 관련자들은) 반역에 대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터키에서 진작 폐지된 사형제 부활까지 논의될 모양이다. 분노한 터키 군중마저 쿠데타 가담 군인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하고 있다는 점으로 보아 자칫 피바람이 불 위험이 짙다. 피는 피를 부르는 법이다. 이번 쿠데타가 터키의 헌정 질서를 무시한 행동이라 할지라도 법치주의에서 벗어난 감정적 보복이 돼서는 안 된다.

특히 에르도안 대통령도 장기집권과 언론 탄압, 편중 인사 등 쿠데타의 명분을 줄 만한 과오를 적잖게 저질렀다는 게 국제사회의 평가임을 명심해야 한다. 그런 만큼 이번 불발 쿠데타가 정적 제거의 기회로 악용돼서는 안 된다.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우리가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대목은 교민 및 관광객 등의 안전 문제다. 갈수록 악화하는 국제적 갈등 탓에 각종 테러와 소요 사태가 하루 평균 4.7건씩 발생한다고 한다.

이처럼 불안한 국제 정세에도 웬만한 해외 명소치고 한국 관광객이 북적대지 않는 곳이 없다. 인기 여행지로 부상한 터키의 경우도 지난해 22만 명이 넘는 한국 관광객이 찾았다고 한다. 이번 쿠데타 때도 110명의 한국 관광객이 터키 공항에서 발이 묶이기도 했다. 며칠 전 일어난 프랑스 니스 테러 때도 60여 명의 한국 관광객 등이 한때 연락 두절되기도 했었다.

관광객뿐 아니다. 터키에는 64개 국내 업체가 진출해 있으며 4000여 명의 교민이 살고 있다. 이렇듯 우리 국민이 세계 곳곳에 진출해 있는 터라 당국은 교민 및 해외 관광객들의 신변 안전에 만전에 만전을 기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