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혁 “미, 중국 미사일 들여다보려 사드 한국 배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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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혁(사진) 전 6자회담 수석대표가 14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결정에 대해 “미국이 중국의 미사일을 들여다보고 싶은 목적으로 (사드를) 배치했다”고 주장했다.

“둥펑-21D 백두산 배치 대응하려
한국 팔 비트는 것 아닌가 의구심”
일각선 “전직 외교관 무책임 발언”

이 전 수석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중국이 ‘둥펑(東風)-21D’라는 항공모함 킬러 미사일을 개발했지 않나. 그것을 설(說)에 의하면 백두산 뒤쪽에 배치해 놨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으로선 굉장히 무서운 무기이기 때문에 중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며 “사드는 북한 핵을 방위하기 위한 것만이 아니라 중국의 군사시설을 들여다보는 무기체계”라고 강조했다.

이 전 수석대표는 외교관 출신으로 노무현 정부에서 외교부 차관보, 6자회담 수석대표를 거쳐 국정원 제1차장(2006년)을 역임했다. 지난 4·13 총선에서 문재인 전 대표의 ‘영입 인재 3호’로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한 뒤 비례대표 15번으로 공천을 받았다(13번까지 국회의원에 당선). 지난 1월 문 전 대표가 설치한 당 한반도 경제통일위원회 위원장으로도 임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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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모함 킬러로 알려진 ‘둥펑-21D’. [중앙포토]

이 전 수석대표는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에 대해 “외교적으로 여러 흠결이나 결핍, 부족한 점이 있다”며 “‘사드 배치가 득보다 실이 많다’는 주장에 매우 논리적인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너무 갑자기 진행됐다. 미국이 일방적으로 우리의 팔을 비트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등이 ‘중국이 경제 보복을 하진 않을 것’이라고 한 데 대해선 “희망사항”이라며 “과거에 마늘 파동 때도 보지 않았나. 마늘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우리가 공업 분야에서 얼마나 치명적인 타격을 받았나”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에 대해 남궁영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전직 외교관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히려면 미확인 정보를 ‘설’이라며 인용할 게 아니라 최소한 사실관계를 확인했어야 한다”며 “이미 결정 난 뒤 이런 이야기를 던지는 건 어디에도 도움이 안 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했다.

이 전 수석대표는 “중국 언론 등을 통해 둥펑-21D의 백두산 배치는 이미 알려졌다. 중국의 입장을 설명하다가 국민에게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는 주제를 얘기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이지상 기자 ground@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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