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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5억 쏟아붓고…포항 과메기문화관엔 인형만 덩그러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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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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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북 포항지역의 특산품인 ‘과메기’를 주제로 한 전시시설이 등장했다. 포항시가 125억원을 들여 지은 ‘과메기문화관’(사진)이다. 지난 9일부터 시범운영을 시작한 과메기문화관은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에 있다. 7678㎡에 지상 4층(연면적 5071㎡) 규모다. 건물은 서울의 유명 건축 업체에서 과메기 두 마리를 겹쳐 놓은 모양으로 디자인했다.

개관 다음날 직접 가보니
5071㎡ 건물 중 5%만 관련 전시
다목적전시실에선 걸레 말리는 중
“콘텐트 없다” 애물단지 전략 우려도

개관 다음날인 지난 10일 오전 과메기문화관을 찾았다. 휴일이었지만 문화관은 썰렁한 분위기였다. 지금까지 개관 보도가 여러차례 나갔고 무료로 볼 수 있는 시설인데도 관람객은 많지 않았다. 1시간 동안 현장에서 지켜본 결과 관광객은 채 30명이 되지 않았다. 50대 외지 관람객은 “길가에서 누군가가 과메기문화관에 가보라고 권해서 왔다. 그런데 눈에 띄는 것은 제트 스키를 타는 컴퓨터 게임기, 고래와 과메기 인형 정도여서 아쉽다”고 말했다.

문화관에서 과메기를 주제로 꾸며진 전시 공간은 3층 한 곳뿐이었다. 이마저도 과메기 덕장을 재현한 전시공간과 과메기 모형 정도가 전부였다. 과메기 역사 등을 소개한 사진과 문헌도 일부 있었지만 인터넷만 검색해도 나오는 초보적 수준이었다. 3층 전체 면적은 1149㎡. 이 중 과메기 관련 전시공간은 265㎡에 불과하고 나머지 884㎡는 구룡포 관련 전시물이었다. 1970년대 구룡포 어부들의 목선 모형과 어구 같은 것들이다. 정철영 포항시 수산진흥과 팀장은 “구룡포의 역사 역시 과메기의 문화 중 하나다. 과메기만 가지고 3층 전체를 다 채우기는 어렵지 않으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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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낭비 논란에 휘말린 경북 포항시 구룡포읍의 ‘과메기 문화관’. 지난 10일 텅 빈 다목적전시실에 빨래 건조대가 놓여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문화관 1층은 다목적전시실이다. 이날은 텅 비어져 있었다. 과메기 관련 전시물 대신 걸레를 빨아 널어놓은 빨래 건조대가 전시실 한편에 세워져 있었다. 2층은 거북이 알 인형과 수족관으로 꾸며진 포토존, 4층은 고래 모형과 동해 해양생물을 소개한 전시 공간이다. 커피를 마실 수 있는 카페와 60석짜리 작은 영상관도 있다.

문화관 건립 계획은 2010년 말에 나왔다. 포항의 특산품인 과메기를 체계적으로 발전시키겠다고 시작한 과메기클러스터 사업에 포함됐기 때문이다. 포항시는 구룡포읍 일대 14만2000㎡에 380억원을 들여 과메기 제조 과정에서 나오는 폐수를 처리하는 시설과 가공공장·냉동창고·과메기문화관을 짓기로 했다. 전체 사업비의 절반인 190억원을 국비로 확보했다. 과메기문화관 건립을 끝으로 모든 사업이 마무리됐다.

시의회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특산물인 과메기 홍보는커녕 애물단지가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백강훈 의원은 “과메기는 울산 고래처럼 역사적 의미나 스토리가 있는 게 아니다. 전시 콘텐트를 확보해야 자리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과메기 관련 자료를 추가 수집하고 문화관 내에 과메기 위생 검사를 전담할 연구센터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다목적 전시관에는 과메기 업체를 입점시켜 문화관이 활기를 찾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과메기문화관이 지난 9일부터 12일(11일 휴관일 제외)까지 집계한 결과 전체 방문객은 970여 명이었다.

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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