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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훈한 두 남자, 디 오픈서 리우 모의고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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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일랜드해를 덮고 있던 무거운 먹구름이 걷히고 새파란 하늘이 열렸다. 한국 남자골프의 미래를 짊어질 새로운 얼굴들이 힘차게 티샷을 했다.

145회 맞은 ‘디 오픈’ 개막
베테랑 최경주·양용은 빠진 자리
안병훈·왕정훈·노승열·이수민 ?
20대 젊은 골퍼들 세계 무대 도전
오늘 폭풍 예보…악천후가 변수
JTBC 골프, 전라운드 생중계

1860년 시작된 가장 오래된 골프 메이저 대회인 디 오픈 챔피언십이 14일 영국 스코틀랜드 트룬의 로열 트룬 골프장에서 개막했다. 145회 디 오픈을 맞아 한국 골퍼들의 얼굴도 바뀌었다. 단골 참가자였던 최경주(46)와 양용은(44)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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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병훈(左), 왕정훈(右)

두 명의 큰 형님이 빠진 대신 한국 골프의 미래를 짊어진 차세대 주자 6명이 출전했다. 김경태(30·신한금융그룹)와 노승열(25·나이키)·안병훈(25·CJ)·이상희(24)·이수민(23·CJ)·왕정훈(21) 등이다.

김경태를 제외하면 모두 전도양양한 20대 선수들이다. 그 중 이상희·이수민·왕정훈은 메이저 대회에 처음 참가한다. 가장 오래된 디 오픈에서 한국 남자골프의 세대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디 오픈은 전세계의 젊은 유망주들이 가장 먼저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다. ‘오픈(open)’이라는 대회명처럼 열린 대회를 표방한다. 전 세계에서 예선을 열어 선수를 뽑는다. 또 가능하면 많은 선수를 출전시키기 위해 해가 가장 긴 여름에 대회를 연다.

최경주가 처음 나간 메이저대회가 1998년 디 오픈 챔피언십이었다. 최경주는 2000년과 2001년을 제외하고 2014년까지 총 14차례 이 대회에 참가했다. 2008년 로열 버크데일에선 우승 기회를 잡기도 했다. 당시 최경주는 디 오픈 최고성적인 공동 8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해와 올해는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다. 최경주는 8월 리우 올림픽에 안병훈과 왕정훈을 이끌고 남자골프 감독으로 출전한다.

2009년 PGA챔피언십에서 타이거 우즈를 꺾고 우승햇던 양용은은 2019년까지 이 대회 출전권이 있다. 그러나 디 오픈을 포함한 나머지 메이저 대회엔 참가 자격을 잃었다.

대회에 처음 참가하는 20대 선수들의 기대는 크다. 이수민과 이상희·왕정훈은 첫 메이저 대회 출전을 기념하기 위해 부모님을 초청했다. 암 투병중인 이상희의 아버지 이홍식(65)씨는 “아들 잘 둬서 골프의 고향이라는 스코틀랜드까지 올 수 있게 됐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선수들은 세계 최고 선수들이 출전하는 메이저 대회의 압박감과 더불어 한국 골프장과는 사뭇 다른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스코틀랜드의 바닷가 골프장을 일컫는 링크스는 벙커가 깊고 페어웨이와 그린은 딱딱하고 울퉁불퉁하다. 평소엔 코스가 그렇게 어렵지 않지만 비바람이 불면 분위기는 확 달라진다. 혈기 넘치는 젊은 선수보다는 대자연의 섭리에 순응하는 노장들이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낸다. 젊은 한국 선수들이 넘어야 할 과제다.

이상희는 “메이저 대회에 나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규모나 코스 등 모든 것이 최고다.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이수민은 “링크스 코스는 처음이다. 남들보다 일찍 도착해서 연습 라운드를 많이 했다. 강풍에 대비해 티샷 연습을 많이 했고, 웨지도 날카롭게 갈았다. 세계 최고 선수가 모두 나오는 이 대회에서 내가 어느 정도 위치에 있는지 시험해 볼 기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14일 오후 10시30분 현재 경기를 마친 선수 중에서는 패트릭 리드(미국)가 5언더파로 단독 선두다. 이수민은 3언더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는 2언더파, 제이슨 데이(호주)는 2오버파를 기록했다. 2라운드가 벌어질 15일엔 강한 비바람이 예보돼 있다. JTBC골프가 2라운드를 오후 2시30분부터, 3라운드는 오후 6시부터 생중계한다.

트룬=성호준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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