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물질 MIT, 스프레이형 방향제서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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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인물질 중 하나인 MIT(메틸이소티아졸리논)가 스프레이형 방향제에서 농도 제한 없이 허용되고 있어 안전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환경부는 방향제 등에서 MIT의 농도 기준을 조속히 마련하기로 했다. 하지만 환경부는 시판되는 방향제 중 MIT가 검출된 제품 이름은 "관련 규정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공개하지 않았다.

20개 제품 중 3개…사용금지 물질 아니나 농도제한도 없어
환경부는 제품명 공개 거부 "조속히 농도 기준 마련할 것"

더불어민주당 송옥주 의원실은 환경부 산하 환경산업기술원(이하 기술원)이 지난 5월 환경부에 제출한 '생활화학제품 안전성조사 및 관리 확대방안 마련 연구' 보고서를 14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기술원의 분석 결과, 지난해 시판된 스프레이형 방향제 20개 제품 중 3개에서 MIT가 검출됐다. 농도는 각각 최대 124.2ppm, 최대 94.9ppm, 12.7ppm이었다.

기술원은 보고서에서 "스프레이형 방향제·탈취제·코팅제를 대상으로 위해성 평가를 한 결과 시급하게 위해가 우려되는 제품은 없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MIT는 잠재적 위해우려 가능성이 있어 노출 허용 기준 마련이 필요하며 방향제 등에 사용시에 함량을 37ppm으로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기술원은 MIT 외에도 페브리즈 성분 중 하나로 위해성 논란이 불거진 디데실디메틸암모늄클로라이드(DDAC)도 섬유용 탈취제로 쓸 경우엔 마찬가지로 농도 기준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당 조사는 기술원이 지난해 위해우려제품 328개를 시장에서 수거해 실시했다. 환경부는 지난해 5월 위해우려제품 15종에 대한 관리권이 넘어오자 제품군별로 안전기준 강화가 필요하다며 10억원을 주고 해당 연구를 기술원에 발주했다. 이후 환경부는 기술원이 제출한 보고서를 토대로 탈취제 등 7개 제품을 시장에서 퇴출시켰다. 사용금지 물질을 썼거나 농도 기준 등을 위반한 제품들이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MIT가 검출된 방향제 등에 대해선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MIT는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인물질 중 하나로 과다하게 노출되면 코 등 호흡기와 피부에 염증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공산품으로 분류되던 가습기 살균제는 사망자 속출 이후 식약외품으로 지정되면서 MIT 외에도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HMG)·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PGH)·클로로메틸이소티아졸리논(CMIT) 등 가습기 살균제 피해의 원인물질의 사용이 금지됐다. 가습기 살균제가 아닌 방향제와 탈취제에선 PHMG· PGH는 사용이 금지됐지만 MIT·CMIT는 사용이 금지되지도 않고, 농도를 기준 이내로 지켜야 하는 물질로도 지정되지 않았다. 제품 용기에 함유 사실을 밝여야 하는 성분에서도 빠졌다.

환경부는 "현행 안전·표시기준을 위반한 것은 아니다"며 MIT가 검출된 방향제 제품명을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서 페브리즈의 위해성 논란이 일자 규정 위반 여부와 관계없이 페브리즈의 전체 성분을 일반에 공개했다.

송옥주 의원은 "환경부는 위해우려제품의 안전·표시기준을 시급히 강화해야 한다. 또 위해우려제품만큼은 모든 화학물질의 성분과 이로 인해 예상되는 부작용을 소비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제품에 표시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시윤 기자 sung.siy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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