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데니스 '싱글' 전력보탬 성남 '벙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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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 일화의 러시아 용병 데니스(26)가 '용병' 꼬리표를 떼고 한국인으로 K-리그 그라운드를 밟게 됐다.

성남 구단은 18일 "데니스가 법무부에서 실시하는 귀화시험에 합격했다"고 밝혔다. 데니스는 6개월 이내에 러시아 국적을 포기하고 호적 등록을 마치면 대한민국 국적을 얻게 된다.

국내 프로축구에서 외국인 선수가 귀화한 첫 사례는 2000년 안양 LG의 골키퍼 신의손(43)이다.

데니스가 귀화를 준비한 것은 수원 삼성에 몸담던 시절부터였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한국어 실력이 모자랐던 탓이다. 러시아팀으로의 이적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적극적으로 귀화를 준비하지 않은 이유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이적이 무산된 후 데니스는 본격적으로 귀화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성남 구단도 데니스의 귀화를 적극 도왔다. 데니스가 한국 국적을 얻을 경우 외국인선수 보유한도(5명)와 출전한도(3명)에 여유가 생겨 선수기용을 보다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데니스가 한국국적을 취득하더라도 한국 대표팀에서 뛸 수는 없다. 러시아 대표로 선발된 경력이 있기 때문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의 선수운용규정은 "한 국가의 대표로 활약한 선수가 국적을 바꿔 다른 국가의 대표선수가 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1996년 수원 삼성의 창단멤버로 국내에 처음 진출한 데니스는 K-리그 통산 1백78경기에 출장해 44골 37도움을 기록, 마니치(전 부산), 라데(전 포항)와 함께 '외국인 30(골)-30(도움)클럽'에 가입했다. 데니스는 올해 초 한국프로축구 사상 최고의 대우(이적료 포함, 2년간 28억원)를 받으며 성남으로 이적했다.

데니스의 귀화로 성남의 공격진은 더욱 강한 전력을 갖추게 됐다. 데니스-김대의-이리네로 이어지는 빠른 미드필더들이 노련한 골잡이 샤샤-김도훈과 발을 맞추고, 신태용이 그 사이에서 경기를 조율하게 된다. 여기에 귀화를 준비 중인 수비수 싸빅(30.크로아티아)까지 한국 국적을 취득할 경우 성남의 선수운용 폭은 한층 넓어진다.

성남의 한 관계자는 "선수들의 포지션 경쟁이 치열해져 전력 향상이 기대되는 데다 선수 기용도 유연해져 팀 전술 수립 및 시행에 상당한 보탬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인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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