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남중국해 분쟁의 진정한 해결책은 대화뿐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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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네덜란드 헤이그의 상설중재재판소(PCA)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과 관련해 필리핀의 손을 들어줬다. 2013년 1월 필리핀이 중국을 상대로 제기한 중재안에 대해 3년6개월에 걸친 심의를 마무리한 결과다. PCA는 중국이 그동안 남중국해 영유권 주장의 근거로 제시해 온 ‘구단선(九段線)’에 대해 역사적 권리를 주장할 법적 근거가 없으며 중국이 필리핀의 어업권을 침해했다고 어제 판결했다. 필리핀의 압승으로 보인다. 이는 필리핀의 입장을 지지하며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를 주장해 온 미국의 승리로도 해석할 수 있다.

중국은 격렬하게 반발했다. 판결 전부터 “(재판에) 참여하지도 않고 (판결을) 수용하지도 않겠다”고 선언한 중국은 판결문을 ‘한낱 휴지 조각(一張廢紙)’에 불과한 것으로 일축하며 PCA 판결문 자체를 접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실제로 PCA 판결은 강제성을 갖지 못한다. 따라서 중국이 남중국해 상당 부분을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현재의 구도를 깨긴 어렵다. 그러나 중국이 국제법과 국제기구를 얼마나 존중하느냐의 측면에서 볼 때 중국이 수세적인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것은 사실이다.

남중국해 갈등은 비단 중국과 관련한 아세안 국가와의 영유권 분쟁 차원에 머무는 게 아니다. 새롭게 해양 국가로서 정체성을 다지려는 중국과 기존의 지배적 위치를 재확인하려는 미국 간의 주도권 다툼이 중첩돼 있다. 미국은 이번 PCA 판결을 중국에 대한 보다 강한 압박의 계기로 삼을 것이며 이에 따라 중국의 반발 수위 또한 높아질 전망이다. 자칫 미·중 군사적 충돌 우려까지 제기되며 남중국해가 동아시아의 화약고로 변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남중국해는 우리 수출입 물량의 30%와 수입 에너지의 90%가 지나는 길목이다. 남중국해 파고가 거세질수록 우리 경제의 불안정성 또한 높아지지 않을 수 없다. 분쟁은 대화로 푸는 게 최상이다. 마침 필리핀의 신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중국과의 대화를 통한 분쟁 해결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국 대화에 성과가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