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도 ″성인만화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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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성인만화 잡지로 월간 『만화광장』이 창간되어 성인만화에 한 수요가 커져감을 보여주고 있다. 만화는 영화와함께 대중문화의 한 중요한 부분이 되고 있어 미국·일본·유럽 등지에서는 성인만화가 붐을 이루고 있다. 스트레스가 큰 현대생활에서 만화는 쉽게 접근하여 짧은 시간에 즐겁게볼수 있고 해학·상상력의 쾌감을 준다. 또 정보제공·사회비판의 역할도 해내고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성인만화의 잠재수요는 컸으나 ▲만화는 수준낮은 것이라는 선임견 ▲표현에 대한 정치·사회·윤리적 제약 ▲만화작가의 능력부족등이 겹쳐 널리 읽히는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
우리의 성인만화는 70년대중반 고우영씨의 『수호지』, 양정기씨의 『어느 사랑의 이야기』등이 나와 한때 붐을 이루었다.
그러나 이들의 성공에 뒤이어 우후죽순처럼 저질만화가 속출하여 정부당국이 아동만화심의규정을 성인만화에 적용하는등 제약을 가해 서리를 맞았다.
그후 성인만화는 잡지등 매스컴의 연재물이 단행본으로 묶여 나오는 것이 고작이었고 창작작품의 단행본 출간으로 확대되지 못했다.
또 최근 대학가에서 나도는 『공포의 외인구단』처럼 지하화하기도 했다.
아울러 섹스·폭력을 다루는 저질·불법만화가 노점상등을 중심으로 팔리고 있다.
이원복씨 (덕성여대교수·산업미술·만화전문가)는 『만화는 대담한 생략·과장과 유머·위트·풍자등의 요소를 지니고 있고 정보전달·사회비평의 기능도 해낼수 있기 때문에 현대인이 쉽게 접근하고 즐길수 있는것』이라고 말하고 성인만화가 붐을 이룰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보았다. 이씨는 이를 위해 성인만화의 수준이 높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성인만화는 성인의 생활·사고·애환·의식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줄거리·대사·주제·그림등이 성인의 생활과 의식에 접근하여야 한다는것.
이씨는 성인만화가 만화의 특성으로 독자를 끌어들인 다음 인간의 갈등이나 작가의 철학까지 보여줄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한다고 보았다. 그를위해 스크립터 제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이씨는 성인만화가 이야기로 되어가는 경향이 있는만큼 만화가의 상상력만으로는 스토리를 꾸며가기 어렵게 되었기 때문에 만화전문 스크립터와의 공동작업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시인 오규원씨는 『만화가 19세기 시민사회의 대두와 함께 탄생한 고급문화에 대응하는 대중문화』라고 말했다.
오씨는 만화가 처음에는 신문·잡지를 통한 사회 비평적기능을 가지다가 그 단순함과 즐거움·상상력의 자극 때문에 차츰 오락물로 바뀌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오씨는 성인만화가 대중의 말초적쾌감에 야합할 경우 섹스·폭력·저속한 말장난에 흐르게 되며 이것은 무서운 공해가 될것이기 때문에 사회적 제한이 가해져야할 것이라고 보았다.
오씨는 그러나 성인만화가 문학·예술의 영역에까지 접근해가는 경우가 유럽·미국등지에서 보이고 있으며, 그러한 전전한 성인만화는 대중문화의 하나로 중요하다고말했다. 오씨는 또 성인만화가 발달하기 위해서는 정치·사회·윤리적인 면에서 소재에 제한이 가해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들었다. <임재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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