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전시회」 〃관람객이 늘어간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23일 하오 서울사간동 현대화랑 앞은 박수근회고전을 보려고 물려든 관람객으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23일 하루동안 1천1백50명이 입장, 관람료 (일반1천원·학생5백원) 수입만도 90만원이 넘였다.
15일 문을 연 박수근회고전은 24일까지 10일동안 하루평균 7백명이 관람, 연인원·7천2백명이 동원되었다.
이같은 현상은 개인화랑이 연 국내작가 전시회로는 처음있는 일이다.
벌써 몇차례 박수근회고전을 보러온 박고석화백 (70) 은 일반관람객과 같이 입장하면서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미술전람회를 보기위해 돈을 내고 줄을 서서들어가는 풍토가 조성되고있다」 고 좋아했다.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박수근전에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를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을 뿐아니라 박수근의 작품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주기때문』 이라고 진단했다.
오씨는 『그림이 어렵지않고, 마치 잊어버린 고향을 돌아다보는 것처럼 과거를 회상시켜주고, 겸손하고 친근감이 있다』 고 설명한다.
미술평론가 유준상씨도『불과 20년전에 몇천원씩하던 작품값이 몇천만원으로 올라 일반의 호기심이 생겼고 박수근이 독자적인 작품세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박수근은 전통적인 기법이나 미의식에 구애되지않고 자신이 느끼고 체험한것을 가장 솔직하고도 감동적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그의 그림은 화강암표면층을 연상케하는 투박한 마티에르의 효과로 한국풍경에 가장 적절한 분위기를 표출해내고 가난하지만 건강하고 소박한 삶의 풍경을 애틋하게 표현, 지나간 시대 우리들의 자화상처럼 뭉클한 감회를 자아내게한다는 평이다.
국내 작가의 전시회 관람인원은 올봄에 연 청전 (이상범)·소정 (변관식)전이 하루평균 2백명, 박래현회고전이 하루평균 4백명 (주말에 1천66명 관람) 을 기록했다.
요즘 국제화랑에서 열리고있는 최영림은지화전도 하루평균 3백명의 관람객이 몰리고 있다.
올가을 호암갤러리에서 연 「피카소걸작전」 에 하루 최고 3천2백81명이 관람했고, 여름에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시한「로댕조각전」에도 하루 수천명의 관람기록을 세워 미술에 대한 관심도가 높음을 보여줬다.
72년 이중섭회고전, 74년천경자아프리카풍물전에 줄을 서서 들어간 전례가 있지만 이번 박수근회고전은 워낙 획기적이라 주최측도 놀라고 있다.
현대화랑 대표 박명자씨는 『다른 전시회는 첫날 둘째날에 사람이 많이 들고 날이 갈수록 차차 줄어드는데 박수근전은 날이갈수록 관람객이 많아진다』고 말한다.
박씨는 『애호가들의 호응도가 높아 소장가들에게 양해를 얻어 박수근회고전을 연장해야겠다』 는 뜻을 비추었다.
현대화랑은 박수근회고전을 위해 서울시내 6개육교에 선전현판을 걸고 열화당과 손잡고 『박수근화집』 도 만들었다.
또 박수근작품으로 캘린더·우편엽서도 제작, 전시기간종에 특별 보급하고있다.<이규일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