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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사드 배치가 ‘제2의 대추리 사태’ 면하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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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정용수 기자 중앙일보 통일문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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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

경북 칠곡군이 5일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설에 깜짝 놀랐다. 군과 군의회가 공동으로 “군민과 함께 사드 배치를 강력히 반대한다”는 성명서까지 발표했다. 주한미군이 사드를 칠곡 지역에 배치할 가능성이 크다는 보도 때문이다.

4일엔 또 다른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는 충북 음성 주민들이 군청에 모여 ‘사드 배치 반대 음성군 대책위원회’ 출범식을 열고 “평화와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결의했다. 전북 군산이나 경기도 평택시 등 언론에 거론된 사드 후보지 주민들도 조직적인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건강에 대한 우려다. 사드 포대(레이더, 발사대 6개, 미사일 48발)가 배치될 경우 1000㎞ 이상을 감시할 수 있는 강력한 레이더 전자파가 나온다고 믿고 있다. 실제로 이날 칠곡군은 “사드 레이더 좌우가 130도일 때 전자파가 최대 5.5㎞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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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김회룡 기자]

국방부는 사드 레이더와 100m 떨어진 곳부터는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다. 하지만 과학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회를 연다든지 하는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정말로 인체에 유해하다면 대책을 찾아야 할 일이고, 그렇지 않다면 특정 지역 주민이 아니라 국민에게 당당히 알려야 한다. 그러나 한·미 실무협의를 3개월째 진행하는 등 사실상 사드를 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도 국방부는 그런 직·간접적인 설명이나 설득 노력이 없다. 그러니 주민들의 우려만 커지고 있다. 이런 식이면 어떤 괴담으로 번질지 모른다.

그런데도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5일 언론에 “정부가 공식적으로 설명할 때까지 보도를 자제해 줄 것을 말씀드린다”고 요청했다. 나중에 정부가 결정하면 따라오라는 뜻이다. 물론 주변국과의 문제나 사드가 배치될지 모를 지역의 갈등을 우려해서임을 이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이러다 과거의 전철을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2006년 ‘대추리 사태’가 대표적이다. 10년 전 평택 미군기지 이전에 반대하는 주민들과 군경 간에 유혈충돌이 일어났다. 토지수용과 보상 과정에서 국방부의 일방적인 집행에 대추리 주민들이 반발한 것이다. 주민들 다수가 토지 수용을 거부하자 국방부는 2005년 11월 중앙토지수용위원회 수용재결을 통해 소유권을 이전해 왔다. 그런 뒤 2005년 겨울부터 주민들에게 농사를 짓지 못하도록 하다 충돌이 발생했다.

이제 군이 필요하다고 국민이 무조건 양보하는 시대가 아니다. 지금처럼 어떤 설득 노력도 없이 일방적으로 따라오라는 식이면 사회적 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안보도 이제는 ‘프로세스’가 중요하다.

정용수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