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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난에 무자격 기사 채용…‘음주 택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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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만취 운전으로 승객이 숨지는 교통사고를 낸 택시기사가 4년 전에도 음주운전이 적발돼 면허가 취소됐던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저임금과 구인난 와중에 택시업체들이 무자격 기사를 제대로 걸러내지 않는 바람에 ‘달리는 시한폭탄 택시’가 늘어 승객 안전에 비상등이 켜졌다.

음주 전력, 교통법 위반자 안 걸러
최근 승객 사망·부상 사고 잇따라
5년간 기사 1822명 음주단속 적발

4일 충북 청주상당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전 5시50분 청주의 S회사 택시기사 송모(41)씨는 면허취소 수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12% 상태에서 음주운전을 하다 청주시 영운동에서 교통사고를 냈다. 이 사고로 승객 김모(56)씨는 머리와 복부 등을 크게 다쳐 병원에 옮겨진 뒤 숨졌지만 다쳐서 입원 중인 송씨는 불구속 입건만 된 상태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는 2012년 7월에도 음주운전을 하다 면허가 취소됐지만 1년 후인 2013년 7월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했다. 그는 2015년 9월 청주의 다른 법인 택시회사에 취업한 뒤 지난 3월 현재의 S회사에 연이어 취업했다.

이 과정에서 송씨의 음주운전 전력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S회사 관계자는 “음주운전 적발 사실을 채용 과정에서 확인했지만 ‘음주운전을 절대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믿고 채용했다”고 해명했다.

택시업계에 따르면 택시회사들은 기사를 채용할 때 자격증 보유 여부와 운전경력증명서를 확인한다. 경찰서가 발급하는 운전경력증명서에는 10년치의 도로교통법 위반, 운전면허 벌점, 과태료 처분 등 관련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대부분 택시회사는 이런 기록을 참고만 할 뿐 채용 결격사유로 보지 않는다.

청주의 모 택시회사 전모씨는 “저임금에 택시기사를 구하기도 어렵다”며 “운전경력증명서를 일일이 확인하지 않는 업체가 많다”고 전했다.

이처럼 허술한 채용시스템 때문에 택시기사가 음주운전으로 적발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2011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1822명의 택시기사가 음주 단속에 걸렸다. 적발된 택시기사의 76%(1384명)는 면허취소 처분 대상인 혈중알코올농도 0.1% 이상의 만취 상태였다. 달리는 시한폭탄에 승객들의 안전이 방치되고 있는 셈이다.

지난 1일 광주광역시 북구에선 택시기사 신모(58)씨가 운전면허 정지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083%인 상태에서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을 태웠다가 적발됐다. 올 2월 대구시에서는 한 택시기사가 음주운전을 하며 도심 한복판에서 보복운전을 하다 승객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혔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시민의 안전을 위해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택시기사는 부적격자로 분류하고 제재도 강화하는 등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청주=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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