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배구에 전국시대|"보다 빠르고 높고 강해야" 통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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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세계배구가 「보다 빠르고, 높고, 강하게」바뀌고 있다.
제2회 서울국제배구대회 우승을 차지한 소련을 비롯, 2위 프랑스, 3위 미국 등의 배구는 그들의 천부적인 힘에 동양의 속공을 가미, 볼이 안보일 정도로 눈부시게 빠른 플레이를 펼쳐 좋은 성적을 낼수 있었다.
예선에서는 소련이 팀웍난조로 프랑스·아르헨티나에 연패하기도 했지만 결승토너먼트에서 보여준 그 위력은 가히 세계 최강다왔다.
소련은 평균신장 1m97㎝라는 키를 바탕으로 최고의 블로킹 벽을 구축했다.
소련은 서브를 블로킹하지 못하는 배구규칙을 이용, 선수 모두가 스파이크서브 등 강서브를 넣어 상대팀이 다양한 속공을 구사하지 못하게한 다음 상대의 오픈공격을 2m대의 장신 3명이 블로킹하는 전법을 썼다.
어느 팀의 공격수도 3명의 블로킹 숲은 뚫지 못했다. 빠른 공격만이 소련팀에 통했을 뿐이다. 미국·프랑스도 빠른 이동으로 예외없이 3명이 모두 블로킹에 참가했다.
프랑스가 예선에서 소련을 꺾은 것은 수비를 바탕으로 눈부신 속공플레이를 펼쳐 블로킹을 따돌렸기 때문이다.
소련은 상대방에게 공격이 셧아웃당한 숫자가 42개로 프랑스(61개) 일본(64개) 한국(85개) 아르헨티나(75개) 미국(48개) 브라질(91개) 폴란드(61개) 캐나다(49개) 등 어느 나라보다 적었다.
반면 블로킹 성공은 32개(결승)로 프랑스(30개) 미국(28개) 불가리아(30개) 일본(14개)보다 높았다.
이대회 최고의 스파이커는 소련의 「빌데·류몬드」(2m)로 1백20개의 스파이크중 71개를 성공시켜 성공율(59.2%)이 가장 높았다.
또 노장세터 「자이체프·바체슬라프」(1m91㎝)를 중심으로 주전 「판치엔코·유리」(2m), 「사빈·알렉산드르」(2m), 「스에코리친·블라디미르」(2m) 등 모두가 전후좌우에서 상대블로킹을 따돌리고 고르게 득점하는 파워를 보임으로써 우승할수 있었다.
이에비해 미국은 소련과의 대전에서 4세트동안 범실로 19점이나 내주는등 심리적으로 위축된데다 서브리시브 불안으로 특유의 속공을 살리지 못해 패배했다.
프랑스도 결승전에서 역시 소련의 블로킹벽을 뚫지못해 주저앉았다.
한편 예선전에서의 소련의 패배가 말해주듯 이제 세계배구는 소련의 독주에서 벗어나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떠오르는 별로 등장한 프랑스·아르헨티나·미국등이 소련의 아성을 깨고 세계정상에 오를 날도 멀지 않았다.
따라서 한국배구의 정상도전은 그만큼 어려워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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