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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20년 같이 일한 보좌진…의원 부인 7촌조카라서 퇴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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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급기야 ‘아내의 7촌 조카’까지 등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의 가족 채용 논란 이후 문제가 되고 있는 국회의원과 보좌진 간의 관계에서다. 서 의원 파문 이후 국민의당 정동영(4선·전주병) 의원 부인의 7촌 조카가 일부 언론 보도로 사퇴 압박에 몰리고 있다. 정 의원은 통화에서 “나와 20년 동안 같이 일한 사람인데…”라며 당혹스러워했다.

10년간 의원 6명 보좌한 비서관
안호영 6촌 동생 이유로 옷 벗어
특혜성, 노예계약 여부가 문제 핵심
민심 원하는 건 제대로 일하라는 것

이뿐 아니다. 시부모가 양녀로 맞은 이의 딸(시조카,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이나 형의 처남(국민의당 송기석 의원)이 각각 국회에서 9급 및 7급 비서로 일하다 유탄을 맞고 보따리를 싸야 했다. 이 중 ‘형의 처남’은 민법상 친인척(본인의 8촌, 배우자의 4촌) 범위에 있지도 않다.

2일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트위터에 “부인의 7촌 조카도 친인척 채용 금지에 해당하나? 법률적으로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남’ 아닌가?”라는 글을 올렸다. 뭔가 흐름이 엉뚱하기 때문에 올린 글일 것이다. 실제로 ‘특혜 채용’ 논란이 친인척 관계를 이 잡듯이 뒤지는 마녀사냥으로 번지고 있다. 보좌진 채용 자체가 경력과 능력에 맞지 않는 특혜성이었는지, 보좌진에게 후원금을 내도록 강요하는 ‘노예계약’이 있었는지 등이 문제의 핵심이다. 보좌진에게 후원금을 강요하고 의원 마음대로 편법 채용을 하는 것이야말로 그간 의원실에 있었던 폐습이자 갑질 관행이었다.

하지만 2일 현재 면직되거나 면직 절차가 진행 중인 국회의원 보좌진 30여 명의 사례를 들여다보자. 최근 더불어민주당 안호영 의원의 비서관으로 일하다 옷을 벗은 안호근씨 경우다. 그는 안 의원의 6촌 동생이다.

안 의원은 이번에 처음 총선에 출마해 당선된, 말 그대로 정치 신인이지만 안씨는 다르다. 그의 국회 경력은 10년째다. 지난 2006년 17대 국회에서부터 심재덕·유시민·김영록·김광진·서기호 전 의원 등을 보좌해 왔다. 안씨는 “안 의원님의 모든 정책 공약과 메시지, 총선 전략 등을 제가 구상하고 제 손으로 만들었다”며 “6촌 관계로서가 아니라 국회 보좌진이라는 자랑스러운 전문직업인으로서 일해 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그런 설명이 먹힐 분위기가 아니었다.

이날도 국민의당 조배숙 의원이 5촌 조카를 지역 사무실의 5급 보좌관으로 채용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논란을 빚었다. 조 의원은 “13년간 같이 일한 유능한 비서관이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면직 처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회 경력 13년차인 새누리당의 한 의원실 보좌관은 “친인척인지 아닌지 여부를 떠나 성과를 못 내면 의원실에서 버틸 수 없는데 지금은 모두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심지어 의원과 ‘같은 성씨’면 덮어놓고 의심받고, 공격당하고, 내몰린다.

이런 친인척 솎아내기에 더해 새누리당 원내지도부급 인사는 기자들을 만나면 “특권 내려놓기 아이디어 좀 없느냐”고 물어본다.


▶관련 기사
① 국회 이달 내 ‘보좌진 채용 기준’ 마련…우상호 “면책특권 무조건 폐지는 안 돼”
② 서영교 ‘패밀리 채용’ 파문 열흘 만에 보좌진 30명 짐쌌다



더민주나 국민의당과의 특권 내려놓기 경쟁, 정확히는 ‘특권 내려놓기 약속 경쟁’에서 앞서 나가기 위해 뭐든 발표부터 하려고 나서는 것이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로는 처벌받지 않도록 하는 면책특권(헌법 45조) 문제와 세비 동결(혹은 삭감) 문제까지 논의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득실을 찬찬히 따져 봐야 할 문제들이다.

친인척 보좌진 문제를 포함해 국회의 특권 내려놓기는 옥석(玉石)을 가려서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은 달을 가리키고 있는데 손가락만 보고 있다. 명지대 윤종빈(정치외교학) 교수는 “국민들은 ‘일하는 국회’도 아니면서 특권까지 누리고 있는 게 못마땅한 것”이라며 “단기적 처방보다 본질적으로 전문성·생산성을 높인 국회, 국민들이 기꺼이 특권을 주고 싶은 국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유미 기자 yumi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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