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전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486호 4 면

엔씨소프트문화재단과 디지털스토리텔링학회가 무려 1304쪽에 달하는 두툼한 신국판?『게임사전』(해냄)을 국내 최초로 출간했다는?얘기를 들었을 때, 좀 의아했습니다. 게임의?주무대가 컴퓨터와 모바일인 만큼 정확한 의미 전달을 위해서는 종이보다는 동영상을 포함할 수 있는 온라인이 더 낫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지난달 28일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사전을?공동편찬한 이인화 교수(이화여대 융합콘텐츠학과)는 이에 대해 ‘종이사전의 권위’를 이야기했습니다. “게임을 만들고 즐기는 사람들의 말이 비속어가 아닌 언중(言衆)의 언어로서 존중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사전에 등재된다는 것은 일반어가 되어 ‘지식’의 자격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게임이라는 세계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폐인이나 중독이라는 부정적인 단어로 폄훼하기에 급급했던 사람들에게 게임 애호가이자 연구자로서 고하는 비장한 외침으로 제겐 들렸습니다.


한국 게임의 지난해 수출액은 30억5000만?달러입니다. K팝의 11배, 영화의 132배나 됩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박수받기는커녕?지탄의 대상이 되기 일쑤입니다.


18세기 프랑스에서는 볼테르나 몽테스키외?같은 철학자들이 백과사전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계몽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게임사전』이 ‘게임학’의 초석이 되고, 한국에서 ‘게임?계몽기’의 서막을 알리는 단초가 될 수 있을까요. 적어도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세계를?잇는 다리가 개통된 것은 분명합니다.


정형모 문화에디터 hyu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