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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파먹는 치명적 아메바에 래프팅하던 美 10대 사망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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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먹는 아메바인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의 현미경 사진. (사진출처: 위키피디아)

지난달 19일, 미국 오하이오 출신 10대 여성이 급류 래프팅을 하다 ‘뇌 먹는 아메바’에 감염돼 사망했다. 사건이 발생한 노스캐롤라이나주 미국국립급류센터(US National Whitewater Center)는 모든 래프팅 활동을 중단했다.

가디언의 보도에 따르면 로렌 사이츠(18)는 지난달 초 교회 성가대원들과 함께 래프팅을 하다 보트가 전복돼 수중 아메바에 노출됐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의 조사결과 사이츠는 파울러자유아메바(Naegleria fowleri)에 의한 뇌수막염으로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국립급류센터는 파울러자유아메바의 DNA를 급류에서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CDC는 테스트를 거친 11개의 샘플 중 대부분의 샘플에서 아메바 의심 징후를 포착했다.

주 보건당국은 해당 아메바가 여름철 따뜻한 수온의 호수나 강에서 흔히 찾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아메바를 삼킨다고 해서 바로 질병에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코로 들어갈 경우 치명적일 수 있다고 발표했다. 파울러자유아메바는 소금물에서는 생존할 수 없으며 코를 통해 뇌로 직접 침투하기 때문에 물을 마시는 경우에는 감염되지 않는다.

아메바에 의해 뇌가 감염된 경우 최대 9일의 잠복기가 있으며 두통ㆍ구토ㆍ정신착란ㆍ마비ㆍ환각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메바 감염에 의한 사망은 보통 5일 이내 발생하며, 사망률은 97%를 넘는다.

그러나 CDC는 뇌 감염에 이르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강조했다. 지난 53년간 공식적인 감염 기록이 138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년 간 하루에 10건의 익사 사고가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수치다. 연간 수백 만 명의 미국인이 강과 호수에서 수영을 하는 것으로 추정되지만 대부분이 아메바의 위협으로부터 무사한 셈이다.

지난 10년 간 아메바에 감염된 미국인 중 33명은 물놀이를 하다, 3명은 수돗물이 코로 들어가 감염됐다.

최근 들어 발생한 사망 사건은 미국 텍사스 주와 루이지애나 주에서 발생했다. 아메바가 서식하기 좋은 따뜻한 수역이 많은 남부의 주들이 북부의 주보다 더 위험한 것이다.

피해자의 아버지 제임스 사이츠는 그녀가 자연을 매우 사랑한 재능 있는 음악가였고 작가였다고 밝혔다.

“로렌이 없는 우리 가족은 완전한 슬픔에 잠겼습니다.” 제임스는 지역 방송국에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그렇게 자연을 사랑하고 환경문제에도 열정적이었던 아이를 이런 식으로 잃게 됐다는 걸 받아들이기가 힘듭니다.”

미 보건당국은 따뜻한 담수지역에 들어갈 경우 코를 막고, 가급적이면 머리가 수면 아래에 내려가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수위가 낮거나 더운 날엔 물과 관련한 활동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미국 급류센터는 사이츠 외에 다른 뇌 감염 사례는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선 아메바에 의한 뇌 감염 사례는 발생하지 않고 있다. 질병관리본부는 지난해 3월 ‘주간건강과 질병’에 실린 보고서를 통해 “‘뇌 먹는 아메바’ 파울러자유아메바에 의한 원발성 아메바성 뇌수막염이 일본ㆍ대만ㆍ인도ㆍ파키스탄ㆍ태국 등 동남아 국가에서 발생하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아열대성 기후로 변하고 있는 만큼 자연환경 내 분포 현황에 대한 실태조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범준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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