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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대통령 비서실장·국무총리에게 "만나자" 공개편지…정부 "진정성 없는 공세" 일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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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황교안 국무총리와 정세균 국회의장,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등 남측 인사 100여명에게 8·15를 전후해 평양 또는 개성에서 ‘민족적 통일 대회합’을 갖자고 27일 제의했다. 이를 위한 실무접촉을 7월 중에 갖자며 공개편지를 보내겠다는 뜻도 관영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통일부 정준희 대변인은 28일 논평을 내고 “북한이 과거부터 되풀이해온 전형적인 통일전선 공세”로 일축하며 “비핵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이라”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정 대변인은 이어 북한이 지난 1월 4차 핵실험과 2월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강행하고 2월부터 6차례 무수단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을 두고 “북한이 앞으로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를 계속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평화와 통일’을 논하는 것은 북한의 대화 제의가 얼마나 거짓된 것이고 진정성이 없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고 말했다.

앞서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남·북과 해외 여러 정당 및 단체 개별인사의 연석회의를 열자고 제의하며 대상자들에게 공개편지를 보내기로 했다고 전했다. 공개 편지 대상으로 북한이 언급한 이들은 ▶이원종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실장들▶황교안 총리와장·차관을 비롯한 정부 당국자들▶정세균 국회의장과 박주선·심재철 부의장 등 국회 관계자▶더불어민주당·새누리당·국민의당·정의당 관계자▶대통령 직속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호열 수석부의장 등이다.

통신은 이어 남측 지방자치단체장들과 6·15 공동선언 실천 남측위원회 및 종교·시민사회 단체들에게도 공개편지를 보낸다고 전했다. 고(故) 김대중 대통령 부인 이희호 여사와 임동원·정세현·정동영·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및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 등 2차례 남북정상회담에 관여한 인사들도 대상에 포함됐다.

북한이 공식 회담이 아닌 ‘연석회의’를 공개편지라는 형식을 활용해 제안한 것을 두고 남북관계 개선에 실질적 뜻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데는 전문가들 견해도 일치한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책임연구원은 “한 자리에 모이기 어려운 이들에게 일괄적, 일방적으로 공개편지를 보내 만나자고 제의한 것은 공식 대화제의가 아니다”라며 “남측도 받기 어려운 대화 제의를 함으로써 자신들이 대화를 주도하는 모양새를 보이며 남측 정부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지난달 6~9일 치른 노동당 7차대회에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남북관계 개선을 원칙적으로 언급한 것의 후속 조치라는 시각도 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이수석 통일전략연구실장은 “당대회 후속조치를 취하면서 북한이 자기들은 대화와 평화를 언급했다는 명분을 쌓기 위한 공세”라며 “남측 사회에서 북한에 대한 성향 차이를 다시금 부각시켜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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