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의 반가운 현상 | 저축 증대 분위기의 확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올해 저축의 날은 몇 가지 반가운 통계자료들로 인해 유난히 기념해도 좋을 것 같다.
한국은행이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도시 가구의 94.6%가 저축을 하고 있고 국내 저축성향도 지난해보다 현저히 높아졌다는 소식이다. 이런 소식은 언제나 국내 저축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어 온 우리 경제로서는 매우 고무적인 변화라 기뻐할 만하다. 더욱이 이런 자료가 언제나 신뢰할 수 있는 통계를 만들어온 한국은행에 의해 작성된 점을 특히 주목하고자한다.
이 자료에 따르면 지금의 저축 환경이 잘 보호되고 좋은 유인만 만들어 준다면 국내 저축도 얼마든지 외국 수준, 특히 우리가 언제나 부러워하는 일본·대만의 높은 수준을 능가 할 수 있다는 하나의 가능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우리는 이 자료에 나타난 예상 이상의 높은 저축 가구율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록 저축의 절대 규모에서 아직은 빈약하고 우리가 필요로 하는 GNP의 30%를 넘는 투자재원에 비교하면 여전히 흡족치 않으나 적어도 최근 수년간의 가계 운영에서 저축을 생활화하려는 집이 늘어난 점만은 부인하기 어렵다.
또 하나의 주목할 만한 변화는 가구 소득 중에서 저축하는 비율이 27%로 지난해보다 1.5% 포인트나 높아진 점이다.
이런 추세는 그간의 소득이 크게 늘어난 탓이라기보다 소비를 줄인 부문이 더 큰 때문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저축의 수단도 은행일변도에서 탈피하여 단자·보험·유가증권 등으로 다양화된 점도 특기할 만하다.
이 같은 최근 수년간의 저축 행태 변화는 무엇보다도 가계의 저축 의욕이 높아진 결과지만 저축의 환경이 7O년대보다 나아진 탓도 없지 않다. 수년간의 안정화 시책과 물가의 안정으로 저축 마인드가 높아진데다 부동산 등의 실물 투자 수익율이 예전같이 높지 않은 탓으로 볼 수 있다.
이런 환경 속에서 새로운 저축 수단들이 열심히 개발되고 보급되었기 때문에 민간 저축이 기대 이상으로, 뜻밖에도 많이 늘어나지 않았나 보인다.
지난 수년간의 이 같은 변화는 금융 당국이 주의 깊게 살피고 세밀하게 분석해야 할 변화다. 그래서 이런 저축 증가 분위기를 온전하게 보존시키고 더욱 확대할 수 있는 수단들을 끊임없이 개발해야 할 것이다.
가구 당 저축 보유액은 절대 규모에서 여전히 일본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가계 저축율 자체도 일본·대만의 13%선에 비교하면 겨우 절반인 6.6%수준임을 고려할 때 가계 저축, 특히 소액 가계 저축을 더욱 북돋우고 고무할 수 있는 여지는 여전히 많다.
소액 가계 저축을 늘리는 길은 역시 경제의 안정적 운영이 기본이 되겠지만 그에 더하여 다양한 저축 수단과 유인이 계속 제공돼야 한다. 그중 중요한 것은 조세면의 지원이다. 언제나 인용하지만 일본은 소액 저축에 대해 다양한 저축 종류와 조세 감면의 혜택을 유지함으로써 높은 가계 저축을 유도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다소의 부작용을 수반하더라도 저축 증대의 긴절성을 덮을 수는 없는 것이다. 소액 저축에 대한 광범하고 포괄적인 조세감면제도를 하루빨리 마련해야 할 때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