슐츠 “영국은 제3국…EU 힘든 길 갈 것” 메르켈 “성급하게 분리 결론 내려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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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택에 전 세계는 충격에 빠졌다. EU는 영국의 선택을 존중한다면서도 유감을 감추지 않았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24일(현지시간) “우리가 다른 결과(영국 잔류)를 기대했다는 걸 감출 필요는 없다”며 “이런 정치적 결과는 예측할 도리가 없고, 우리는 27개국 연합을 굳건히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틴 슐츠 유럽의회 의장도 “영국은 이제 회원국이 아닌 ‘제3국’으로 취급될 것”이라며 “EU는 브렉시트 시나리오에 준비가 되어 있지만, 영국이 없는 힘든 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미·영 특수 관계 지속”
라가르드 “미 금융도 혼란 올 것”

영국과 함께 EU를 떠받쳐온 독일과 프랑스도 브렉시트 후폭풍에 긴장했다. 영국의 잔류를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두 국가는 향후 영국이 빠진 EU의 중심을 잡아야 할 과제를 안았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유럽이 성급하고 단순하게 ‘분리’라는 결론을 내려서는 안 된다”며 “EU가 영국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EU가 전진하기 위해선 개혁이 필요하다”며 “유로존 강화와 치안, 국방, 국경 단속, 일자리 창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EU 개혁을 주장했다.

양국은 국내 정치 측면에서도 부담을 갖게 됐다. 독일은 적극적 난민 수용 정책에 대한 비판에 직면해 있고, 프랑스도 극우정당을 중심으로 프렉시트(Frexit) 발언이 나오고 있다. 메르켈 총리와 올랑드 대통령, 이탈리아의 마테오 렌치 총리, 투스크 EU 정상회의 의장은 27일 독일 베를린에서 긴급 회의를 열기로 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 성명을 통해 “영국의 EU 탈퇴는 미국과 영국 간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양국의 특수관계는 지속될 것이며 영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는 여전히 미국의 외교·안보·경제정책의 주춧돌(cornerstone)로 남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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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영국과 유럽의 경제금융 시스템에 발생하는 불확실성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에도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영국이 EU를 탈퇴하기로 한 선택은 중국과 영국의 관계뿐 아니라 각 방면에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원엽 기자 wannab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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