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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화 강세…일본과 경쟁하는 한국 상품 수출은 호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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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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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렉시트(Brexit)가 현실화하려면 2년간 유럽연합(EU)과의 협상 기간이 남아 있다. 하지만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오는 10월 사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브렉시트 진영의 새 총리가 들어서면 탈퇴에 가속도가 붙을 수 있다. 브렉시트가 한국인에게 끼치는 영향을 Q&A로 정리했다.

한국 기업엔 어떤 영향이 있나.
영국에 유럽 법인이나 생산 거점을 둔 기업은 EU 회원국으로 옮겨야 할 수도 있다. 한·EU 자유무역협정(FTA) 혜택이 사라지면 한국 기업은 영국에 10% 관세를 물어야 한다. 영국에 수조원대 투자를 한 인도 타타그룹, 중국 완다그룹 등의 최고경영자(CEO)는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면 유럽 법인을 EU 국가로 옮기겠다”고 공언해 왔다.

국내외 미칠 영향 Q&A
안전자산 선호로 엔화 가치 급등
한-EU FTA 혜택 중단 땐 10% 관세
한국의 유럽법인들 탈런던 러시

다만 브렉시트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강해지면서 원화가치가 하락세를 이어 갈 수 있다. 엔화 강세로 한국 상품은 해외 시장에서 격돌하는 일본 상품에 비해 가격 우위를 가질 수 있다. 업종별로는 전자·자동차 업계는 브렉시트의 영향이 상당한 반면 철강·조선·유화 업계는 미미할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 교민에 대한 영향은.
영국 내 교민은 주재원과 유학생을 포함해 4만5000여 명으로 추정된다. 만약 우리 기업 주재원들이 유럽 대륙으로 대거 옮기면 한인 상권에 영향이 있을 수 있다. 또 이번 브렉시트 국민투표로 영국 내 반(反)이민자 감정이 표출된 점도 우려스러운 부분이다.
관세는 어떻게 되나.
해외 직접구매 또는 영국에서 쇼핑할 때 관세가 당장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 영국이 EU에서 탈퇴하는 순간 한·EU FTA는 영국에 대해 효력을 잃게 된다. 각종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한국은 영국과 별도의 FTA를 맺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지금보다 관세가 올라갈 수 있다. 2년의 유예 기간 동안 세계 각국과 무역 협상을 해야 하는 영국이 한국과 우선 협상할 가능성도 크지 않다. 현재 EU 회원국 중 한국 제품을 가장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영국이다. 한국의 대(對)EU 수출 교두보로서 영국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했는데 왜 엔화가 급등하나.
브렉시트로 영국 파운드화는 급락했고, 미국 달러와 일본 엔화는 급등했다. 영국 경제가 흔들릴 것으로 보는 투자자들이 파운드화 투자를 줄이거나 회수하고,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달러와 엔화에 대한 투자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은 금융 완화, 재정 확대 등을 앞세운 아베노믹스를 시행 중이다. 엔화가치를 낮춰 수출을 늘림으로써 경기를 회복시키겠다는 의도다. 그런데 브렉시트로 엔화가치가 오르면서 아베노믹스가 위기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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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휴가를 영국으로 가려는데.
파운드화 폭락으로 영국 여행 비용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파운드당 원화 환율은 24일 1607.48원으로 전날보다 100원가량 떨어졌다. 국내에서 영국으로 학비를 송금하는 유학생도 수혜를 입게 됐다. 전문가들은 파운드화 약세가 상당 기간 지속되고 하반기 내내 변동성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인이 영국 공항에 도착하면 달라지는 점은.
현재 EU 회원국 국민은 영국인과 함께 여권 심사를 받는다. 하지만 브렉시트로 27개 EU 회원국 국민도 외국인 심사대에서 한국인·미국인·중국인 등과 함께 여권 심사를 받게 됐다. EU 역내에서 가장 이용객이 많은 런던 히스로 공항의 입국 수속 시간이 지금보다 늘어날 수밖에 없다.
도버 해협을 건널 때 여권 심사는 이제 영국 쪽에서 하나.
지금까지 영국과 프랑스를 오갈 때 여권 심사는 영국 도버가 아닌 프랑스 칼레에서 했다. 2003년 두 나라가 체결한 ‘르 투케 협약’에 따른 것이다. 이 협약은 EU 협약이 아니어서 여권 심사는 계속 칼레에서 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내년 프랑스 대선 이후 프랑스가 협약 파기를 선언할 가능성도 있다.

박성우 기자 bla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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