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에는 없는 특징을 갖춰라"|까다로운 일시장서 히트한 구미상품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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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동경=최철주특파원】일본의 엄청난 무역흑자에 대해 일본은 팔기만 할뿐 살 줄은 모른다는 비판이 많다.
이 같은 일본의 「쇄국정책」에 대한 비난에 대해 일본은 전혀 외제품을 차별대우하지 않는다고 항변하고있다.
일본소비자들의 특성을 알아 좋은 제품을 만든다면 얼마든지 일본시장에 뛰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일본시장에 파고들어 성공한 상품에 비추어보면 우리의 일본시장진출노력에 참고가 될 것 같다.
그 대표적인 예로 일본스스로 소개한 것이 시크상표의 안전면도기.
시크제품을 파는 워너 랜버드사의 제등상무는 『일본인의 수염은 외국인들에 비해 수는 적지만 터럭이 굵고 빳빳하다는데 착안했다』 고 밝힌다.
면밀한 시장조사를 끝낸 후 동사는 일제 면도기가 탄소강을 사용한 얇은 양날구조로 돼있는 것과 달리 굵은 수염에 적합한 텅스텐날을 개발해 내구성을 일제의 5배로 끌어올렸다.
다음은 안정성. 먼저 면도날을 외날로 만들어 시제품을 3백50만명에게 보내 제품이미지를 심어주는 대PR작전을 벌였다.
그후 물론 안정성을 높인 양날 면도기로 개발하는 등 계속해 시장공략작전을 벌인 결과 현재 일본안전면도기 시장의 70%를 장악하고 있다.
이에는 못미치지만 구미가 까다롭기로 소문난 일본시장에서 히트를 친 외제상표는 약60%의 시장셰어를 가진 인스턴트코피분야의 네슬레와 코카콜라를 비롯해 팜파스 종이기저귀 (50%), IBM컴퓨터 (40%), 올리베티 타이프라이터 (35%) 등.
이들 상품에 공통적인 것은 일본인의 요구에 맞추는 노력과 함께 일본제에서는 느낄 수 없는 독특한 특징을 갖추었다는 것.
팜파스 종이기저귀를 개발한 프록터 앤드 갬블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팬티형을 개발키 위해 흡수성 또는 친수성이 높은 소재를 사용했다. 그 위에 일본이 습도가 높은 점을 고려해 통기성을 높여 뭉치지 않도록 신경을 썼다.
또 일본의 어머니들이 아기가 오줌을 쌌는지 살펴보기 위해 자주 기저귀 안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는 점에 착안해 접착테이프를 몇 번이나 뗐다 붙였다 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예는 모두 일본인의 특성을 꼼꼼히 살펴 그에 맞는 상품을 만든데서 성공의 열쇠를 찾은 품목들이다.
이밖에 일본인에게는 유니크한 상품으로 성공한 것은 사진을 찍자마자 볼 수 있는 폴라로이드 카메라.
화장품메이커인 웰라 저팬의 「다크·보텔」회장은 『일본의 시장규모는 세계적으로 봐도 매우 커서 도전할만한 가치가 있는 시장』 이라고 강조한다.
「일본의 시장은 폐쇄적이다」「비관세장벽이 너무 높다」「유통기구가 복잡하다」 는 등의 목청이 높아지는 가운데 일본통산성은 올 봄 『대일매출작전 A부터 Z까지』 라는 책을 냈다. 일본어와 영어로 쓰여진 이 책에는 「열리는 일본시장」 을 비롯해 26개항목에 걸쳐 상품을 살 때 일본이나 일본인의 특성을 극명하게 적어놓고 있다.
마지막 항목에서는 일본에서는 「장사는 장사다」 라는 말이 있음을 소개하면서 경쟁원리에 충실한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밝히고 있다.
물론 농산물의 자유화를 비롯해 수출입에 있어 복잡한 인허가수속 등의 문제가 있다는 점은 일본측도 어느 정도는 인정하고있다.
그러나 현재 일본인들이 마음에 드는 상품이 있으면 다소 비싸도 사는 시대를 맞고있다는 점은 사실이다.
또 하나 복잡한 유통구조에 대한 문제.
프랑스제 향수를 파는 「가베라」씨는 『지방의 백화점에 가면 처음에는 믿지 못할 외국인이 왔다고 꺼려하지만 두 세 번 찾게 되면 곧 신용을 얻을 수 있다』고 지적하다.
요컨대 자신을 믿게 하기에는 스스로의 노력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최근 일본기획청은 물가모니터요원 1천5백명을 대상으로 수입품에 대한 의식조사를 했다.
그 결과 최근 5년 동안 외제품을 산 적이 있는 사람은 95%였고 2∼3년 전에 비해 외제품을 사는 빈도는▲비슷하다가 41·2%▲늘었다 33·4%▲줄었다 25·4%로 대체로 구입이 늘고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결과를 놓고 일본은 일본인들이 외제품에 본질적으로 「페쇄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항변을 하고있다.
한마디로 일본인이 살만한 물건을 만들어라, 그러면 사지 말라해도 산다는 것이 일본의 주장이고 이점 또한 「장사는 역시 장사」 라는 측면에서 우리수출업계도 꼭 명심해야할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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