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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 보유 4000억대 지분 매각…범현대가 경영권 구도 새 변수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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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범현대가(家)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분 매각을 앞두고 주판알을 튕기고 있다. 자구안에 따라 현대중공업그룹은 4000억원대 범현대가 지분을 올해 안에 팔아야 한다. 범현대가 입장에선 이 지분을 누가 사들이느냐에 따라 경영권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 다.

현대차 지분 정몽구 회장 매입 땐
순환출자 고리 푸는 ‘가뭄의 단비’

가장 시장가치(약 2300억원)가 높은 건 현대차 지분(165만4300주·0.75%)이다. 지분율이 높진 않지만 현대차 입장에선 무시하기 어려운 수치다. 지난달 19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는 등 시급히 순환출자를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오너 일가 지분율이 비교적 낮지만 순환출자로 51개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 등 순환출자 고리를 풀기 위해서는 대주주가 이들 계열사의 지분율을 높여야 한다. 현재 정몽구·정의선 부자의 현대차 지분율은 7.45%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유한 지분을 사들인다면 ‘가뭄에 단비’다. 정몽준 현대아산재단 이사장은 지난해 조카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에게 계열사가 보유하던 현대차 주식(2.28%)을 넘긴 바 있다.

올해 3월 현대중공업그룹에서 계열분리한 정몽혁 현대종합상사 회장도 지주사 역할을 하는 현대C&F 지분율(17.9%)이 다소 낮다. 2대 주주(KCC)의 현대C&F 지분율은 12%다. 2대 주주와 격차를 벌려 경영권에 안정을 가져오려면 현대중공업이 보유한 현대C&F(10.1%)·현대종합상사(2.9%) 지분 매입이 절실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그룹 품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 현대상선 주식(14.7%)도 보유 중이다. 다음달 15일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대주주 차등감자가 실시되면 현대중공업그룹 보유 지분 가치는 17.4%로 뛴다. 감자 후 최대 주주가 되는 산업은행(40% 안팎)이 향후 현대상선을 민영화할 때 현대중공업그룹이 가진 지분이 ‘캐스팅보트’가 될 수 있다.

KCC그룹 계열 KCC 지분(3.77%)도 현대중공업이 갖고 있다. KCC는 정몽진 회장(18%), KAC는 정몽익 사장(20%), KCC건설은 정몽열 사장(24.8%)이 각각 최대 주주다. 2세 승계는 마무리됐지만 향후 계열분리할 경우 현대중공업 보유분이 유용할 수 있다.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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