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포인트, 은행 적금으로 바꿔드립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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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삼성카드 회원인 정혜윤(37·회사원)씨는 카드 포인트로 23만 점이 쌓여있는 것을 깨닫고 사용처를 알아봤다. 정 씨는 삼성카드 포인트를 SC제일은행의 ‘360도 리워드 포인트’로 전환한 뒤 해당 포인트로 이 은행이 판매하는 적금 상품에 신규로 가입할 수 있었다. 그는 “적금 통장에 잔액이 찍히는 것을 보니 ‘포인트가 곧 현금’이라는 사실이 실감 났다”고 말했다.

은행들 충성고객 늘리려 제도 개선
대출이자·공과금 납부할 때도 활용
기부금·항공 마일리지 전환도 가능

정 씨가 삼성카드 포인트를 은행에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이유는 두 금융회사가 포인트를 상호 교환하는 협약을 맺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삼성카드 회원은 SC제일은행에서 적금·펀드에 가입하거나 이 은행과 제휴한 백화점의 상품권을 구매할 수 있다. 또 SC제일은행 고객은 삼성카드 결제대금과 연회비를 포인트로 납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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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은행뿐 아니라 시중 은행 대부분이 ‘포인트 현금화’에 나서고 있다. 우리은행은 다음달 1일부터 우리은행·카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우리멤버스’ 서비스를 출시하고 거래 실적에 따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포인트인 ‘위비 머니’를 제공한다. 예적금에 신규로 가입하고, 신용카드 연회비·대출이자·금융거래 수수료 등을 납입할 수 있을 뿐 아니라 1만머니 이상은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출금도 할 수 있다. 모바일을 통해 ‘선물하기’도 할 수 있고, 이 은행이 제휴를 맺은 회사와의 포인트 교환도 가능해진다. 이런 포인트 현금화 서비스의 ‘원조’격은 KEB하나은행이다. 이 은행은 지난해 10월 하나금융 계열사 포인트(하나머니)를 통합해서 사용할 수 있는 ‘하나멤버스’를 출시했다. 신세계 포인트(SSG머니)·OK캐쉬백 포인트와 교환할 수 있고, 이렇게 모은 포인트를 ATM에서 현금으로 출금하거나 예적금 가입 등 금융 거래에 사용할 수 있다. 이 은행은 하반기 중 생활용품점인 다이소와도 포인트를 상호 교환해 사용할 예정이다.

이처럼 은행이 ‘포인트 현금화’에 나서는 이유는 ‘충성 고객’ 확보 차원이다. 계좌이동제 시행으로 인해 주거래 은행을 변경하는 경우가 많아진 데 비해, 개인자산종합관리계좌(ISA) 가입 등으로 충성 고객을 유치해야 하는 필요성은 더 커졌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고객이 포인트를 원하는 방식으로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활용처를 넓히자는 취지”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연구원 김우진 선임연구위원은 “은행 입장에선 모든 고객을 대상으로 금리 혜택을 주는 것보다, 카드 사용과 금융거래 실적이 있는 고객에게 포인트 혜택을 주는 것이 다른 상품 판매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위원은 “추가적인 수익의 기회가 많은 고객에게 맞춤형 마케팅(CRM·고객관계관리)을 제공하려는 전략”이라며 “적립된 포인트가 많으면 고객이 주거래 은행을 쉽게 옮기지 못한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덕분에 금융 소비자들은 포인트 사용에 대한 선택권이 넓어지게 됐다. 대부분의 시중 은행에서 은행 거래 실적이나 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받은 포인트를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KB국민은행은 포인트에 ‘대출’ 개념을 도입했다. 은행에서 미리 받은 포인트로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1억원 미만시 30만원)을 상환한 뒤, 36개월 안에 받을 포인트로 당겨 쓴 포인트를 갚으면 된다. 신한은행 고객은 신한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받은 마이신한포인트를 주거래적금·주택청약 가입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씨티은행도 씨티카드 사용 실적에 따라 발급받은 씨티 포인트로 공과금 납부와 현금 기부가 가능하며, 대한·아시아나항공의 마일리지로 전환해 쓸 수 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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