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잡아도 안올 것" 항의사표 김영진 농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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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사업에 대한 법원의 결정에 반발해 김영진 농림부 장관이 16일 사표를 던졌다. 그는 "대통령이 붙잡아도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사표 반려를 염두에 둔 말이다.

대통령의 일정 때문에 직접 사의를 밝히진 못했다고 했다. 청와대는 "金장관의 진의를 좀더 파악하고 만류해 사표 의사를 철회하도록 권고하라고 대통령이 지시했다"고 밝혔다.

장관이 사표를 내고 떠난 농림부는 법원 결정을 앞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을 두고 자괴감에 빠졌다. 이전에 나온 헌법재판소 결정만 믿고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자성이다.

사퇴 기자회견을 마치고 차를 타기 위해 농림부 청사 1층에 내려온 金장관은 눈앞의 장면에 당황했다.

농림부 공무원 3백여명이 인간띠를 만들고 "사퇴 반대"를 외치며 장관을 가로막았기 때문이다. 金장관은 "나를 참담하게 할 거냐"며 길을 내달라고 했다.

한 여직원이 "끝까지 함께 가셔야죠. 들어가세요"라고 하자 金장관은 울먹이며 눈물을 보였다. "미안하다"는 말도 했다. 金장관은 결국 직원들과 몸싸움 끝에 현관을 빠져나갔다. 이를 지켜보던 농림부 고위간부들도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金장관의 사퇴에 대해 일각에선 정치적 해석도 나온다. 새만금 갯벌 생명평화연대는 '정치적 제스처'일 뿐이라고 치부했다. 본안 소송을 앞두고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란 주장이다.

사표를 수리하면 정부가 사법부에 대한 도전을 용인하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어 대통령이 쉽사리 사표를 수리하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金장관은 "고민 끝에 혼자 내린 결정"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도원에 가겠다며 청사를 나간 金장관은 오후 내내 연락이 되지 않았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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