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친박, 대통령중임·이원집정부 혼재…친노는 중임제 선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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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주류인 친박근혜계 의원들, 야권 주류인 친노무현계 의원들의 선택은 개헌론의 향배를 좌우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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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설문에 답한 새누리당 친박 의원들의 경우 대통령 중임제를 주로 선택했다. 다만 일부는 이원집정부제를 답했다. 친박의 ‘맏형’ 격인 서청원 전 최고위원은 대통령 중임제를 선택했다. 서 전 최고위원은 “(4년)중임제를 실시하면 정책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계파별로 갈리는 입장 왜
서청원·원유철 대통령중임 원해
정종섭·홍문종은 이원집정부

원유철 전 원내대표도 “책임정치의 실현이란 측면에서 5년 단임제보다는 대통령 중임제가 적절한 통치 구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통령제를 함께 도입해 대통령 후보가 영남 출신이면 부통령은 호남 출신 등으로 지역구도를 완화하자”고 제안했다.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낸 유기준 의원과 대통령 정무특보를 지낸 윤상현 의원도 “대통령 중임제가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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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집정부제를 주장하는 친박 인사도 많았다. 이원집정부제는 직선제 대통령이 외교·안보를 맡고 다수당 대표가 총리를 맡아 내치를 담당하는 분권형 대통령제다. 정종섭 의원은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이원집정부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내부에선 박근혜 대통령이 퇴임한 뒤 친박계가 이원집정부제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 한다는 시나리오도 흘러나오고 있다. 홍문종 의원은 “개헌을 한다면 이원집정부제로 개편해야 한다”며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조합도 가능성 있는 얘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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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내각제를 주장하는 친박 의원들(박덕흠·이우현·이장우)도 있다. 이장우 의원은 “책임정치 구현 차원이라면 내각제가 가장 낫다”고 주장했다. 반면 김진태 의원 등은 현행 5년 담임제를 유지해야 한다며 개헌 논의에 반대했다. 설문에 응답한 친박 핵심 의원(20명)들을 분류하면 대통령 중심제 11명(55%), 이원집정부제 5명(25%), 의원내각제 3명(15%), 대통령 단임제 1명(5%) 등이었다.

새누리당의 대선주자군에선 대통령 중임제와 이원집정부제가 엇비슷하다. 김무성 전 대표는 “권력이 한쪽으로 지나치게 쏠리는 것을 막기 위해선 이원집정부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한 반면, 유승민 의원은 “강력하고 안정적인 리더십을 갖추려면 4년 중임제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친노’ 성향 의원들은 대통령 중임제 개헌을 선호했다. 더민주 응답자 중 노무현 정부 청와대에 근무했거나 입각한 인사 등 20명을 따로 분석한 결과 대통령 중임제 13명(65%), 이원집정부제 3명(15%), 의원내각제 2명(10%), 대통령 단임제 2명(10%)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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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대통령제를 유지하거나 강화하자는 입장이 75%에 달한다. 문재인 전 대표도 대통령 중임제를 선호해 왔다. 홍영표 의원은 “현실적으로 합의가 가능한 것은 대통령 중임제밖에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낸 문희상 의원, 그리고 안희정 충남지사와 가까운 정재호 의원 등 3명은 이원집정부제에 동의했다. 정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은 연정까지 시도하며 책임총리제 등 분권형 대통령제를 구현하려고 했다”며 “친노로 분류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이원집정부제에 가까운 정치 모델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더민주 내 비노 측 인사들은 이원집정부제와 내각제 도입에 찬성했다. 김부겸 의원은 “대통령제를 유지하되 내각제 요소를 가미하자”는 ‘기타 의견’을 냈다. 민병두 의원은 “20대 국회 상반기에 원포인트로 논의를 완료하되 실제 적용은 10년 뒤부터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해야 진영의 이해관계를 배제하고 순수하게 국가 발전을 위한 개헌 논의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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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국제대학원 한정훈(정치학) 교수는 “친노 진영에는 문재인이라는 강력한 주자가 있기 때문에 권력을 잡고 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개헌을 선호한다”며 “반대로 확고한 대선주자가 없는 그룹(친박)은 현 체제를 바꿀 수 있는 구조를 고려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별취재팀= 김성탁·이가영·정효식·남궁욱·강태화·박유미·최선욱·현일훈·이지상·김경희·안효성·위문희·박가영 기자 sunt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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