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림부 "사법부가 오락가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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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만금 공사를 잠정 중단시킨 결정을 놓고 법원과 농림부가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농림부는 지난 1월 헌법재판소가 같은 취지의 소송을 각하했다는 점을 내세워 사법부가 오락가락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이 때문에 농림부 내에선 "헌재 판결만 믿고 이번 소송에 안이하게 대응했다"는 자책론까지 나오고 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 3부 강영호 부장판사는 "헌재의 각하 이유는 당시 소송 대상이 된 정부계획이 민관 합동으로 수립된 것으로 행정조치로 볼 수는 없다는 것"이라며 "새만금 개발 계획의 내용을 문제 삼은 판결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법원의 또다른 관계자는 "헌재의 판단은 원고를 소송당사자로 볼 수 있느냐는 당사자 적격 단계에서 각하된 것이어서 이번 결정과 비교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회원과 현지 주민 등 3천5백39명은 정부의 사업재개로 지역주민의 환경권, 직업의 자유, 거주 이전의 자유 등이 침해됐다며 사업의 위헌 여부를 가려달라고 요청했었다.

그러나 헌재 재판관들은 사업 재개 결정이 기존 계획을 변경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들은 또 수질 오염과 갯벌 훼손 논란으로 2년 간 중단됐던 새만금 사업을 재개키로 한 2001년 5월 정부결정의 취소를 요구하며 2001년 8월 행정소송을 냈다. 이 소송이 이번 행정법원 결정의 배경이 됐다. 앞으로 이 소송에서 정부의 결정이 취소 대상이 되는지를 놓고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또 담수호 수질을 농업용수 기준에 맞게 유지할 수 있을 것인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농림부는 "법원이 1999년 환경부의 수질조사를 근간으로 판단한 것 같다"며 "그동안 추가된 환경대책 등이 판결에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수질 오염에 대한 우려만으로 대형 국책사업의 실현 불가능성을 따지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2000년 5월 녹색연합과 생명회의는 어린이.청소년 2백명을 원고로 내세워 소송을 제기했다. 갯벌은 미래 세대의 몫인데 정부가 이를 침해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2심인 서울고등법원은 행정소송 전에 행정심판을 거치지 않았다는 이유로 지난달 초 기각했다.

한편 농림부는 이번 결정의 구체적 내용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발하고 있다. 농림부 관계자는 "집행정지 결정문에서 본안소송에서 환경단체가 승소할 개연성이 있다고 언급한 것은 월권"이라고 지적했다.

강찬수.김영훈.문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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