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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제2의 EU?…테러 위협에도 국경 개방 추진

중앙일보

입력

아프리카연합(AU)이 회원국간 국경 개방을 추진한다. 영국의 일간 인디펜던트는 20일(현지시간) “AU가 유럽의 솅겐 조약을 모델로 삼아, 역내 국경을 없애고 회원국 국민들이 자유롭게 여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를 위해 AU는 개별국가가 아닌 AU가 발행하는 전자여권을 2020년까지 보급할 방침이다. AU 전자여권은 다음달 처음으로 사용된다. 시범 발급 대상은 르완다 키갈리에서 열리는 AU정상회의에 참석하는 54개 회원국 정상들이다.

AU는 성명을 통해 “단일 여권으로 사람과 상품·서비스의 대륙 내 이동을 쉽게 만들어 역내 통합과 무역 증진, 경제·사회적 발전을 도모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은코사자나 들라미니-주마 AU 집행위원회 의장도 “강하고 번영한 아프리카를 아프리카인들이 스스로 만들기 위한 행보”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는 국경 개방에 따른 득보다 실이 더 클 것이라는 반대 의견도 있다. 자유 왕래가 가능해지면 보코하람과 같은 무장단체의 활동이나 에볼라 등 전염병 창궐을 저지하기 더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다.

역설적이게도 아프리카는 아프리카인들이 여행하기 까다로운 지역이다. 대부분의 국가가 비자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우간다·토고·모잠비크 등 13개 국가가 비자 없이, 혹은 입국시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할 수 있도록 조건을 완화했을 뿐이다.

반면 미국인은 아프리카 20개국에 무비자, 입국시 비자 발급으로 여행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아프리카 최고 부호인 나이지리아 당고테 그룹의 알리코 당고테 회장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입국 거부되고, 그가 동반한 미국인 직원은 입국심사대를 통과하는 일도 벌어졌다.

홍주희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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