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통과 분노를 넘어 북한의 도발을 직시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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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년전 오늘 우리가 겪은 비통과 분노는 아직도 겨레의 가슴을 메이게 한다.
아웅산 참사는 우리와 뿌리를 같이하는 동포에 의해, 그것도 외국땅에서 저질러 졌다는 점에서 민족적인 수치일 뿐 아니라 평양의 공권력에 의해서 불법적·비인도적인 방법으로 우리 지도부의 중추를 노렸다는 점에서 분노를 금할 수 없게 한다.
그러나 더욱 우리를 가슴아프게 하는것은 평양집단이 범행에 대한 시인이나 사과는 커녕 군비를 강화하면서 어선나포등 폭력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웅산 사건이 평양의 계획과 지시에 따라 북괴군장교와 랭군 주재 북한 대사관 요원들에 의해 수행됐다는것은 미얀마 정부의 엄정한 조사결과와 객관적인 물증에 의해 명백히 밝혀지고 그것이 유엔에 보고되어 국제적으로도 공지화 됐다.
그럼에도 북한은 계속 우리와 버마에 의한 조작극이라고 우겨대면서 시인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버마사건에 대한 선명한 해명이 없이는 북한이 추구하려는 개방정책이나 남북대화는 무의미할 뿐 아니라 일정한 한계를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평양은 알아야 한다.
그동안 우리의 인내와 통일에 대한 겨레의 집념으로 남북간에 대화와 교류가 이루어져 나가고 있지만. 이원홍 문공 장관의 지적처럼 「성급한 환상」이나 「감상적 기대」는 금물이다.
적화통일을 기본목표로 하고 있는 평양정권의 속성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다. 지금 대화와 개방을 내걸고 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한시적이고 표면적인 수단의 변화일 뿐이다. 따라서 그들은 일이 자기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언제든지 종래의 폭력수단으로 되돌아갈 것이다.
올해는 아웅산참사의 2주기라는 점에서 별다른 감회를 느낀다. 말하자면 우리 관습으로 탈상이 되는 것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슬픔을 거두고 고인들의 유지를 실천적으로 승화 시키는 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일찍부터 남북대화에 관여해 왔던 고 이범석 외무장관은 경직돼있던 우리의 냉전적 외교체제에 「북방외교」라는 새로운 개념을 도입하여 북방 공산3각관계와의 관계개선을 강조하고 제3세계 외교에도 앞장서 왔었다.
타계한 경제각료들은 해외협력을 통한 경제입국을 부단히 추구하면서 비동맹세계 국가들과의 경제협력강화에 힘써 왔다.
이것은 바로 지금 우리가 추구하고 해결해야할 진보적인 정책방향이기도 하다.
마침 지금 서울에서는 IMF IBRD총회가 열리고 공산권·비동맹국 정부대표와 경제지도자들이 체류중이다
적극적 실질적인 대외협력을 통해 우리의 국제적 지위를 강화하고 국부를 증진시키는 노력이야말로 아웅산 비극의 교훈을 살리고 고인들의 뜻에 보답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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